美 관세유예로 한숨 돌린 수출중기…“새정부 협상이 관건”

2025-04-11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가 중국 외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며 수출 중소기업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여전히 뾰족한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유예기간 도래 전 들어설 새 정부가 미국과 유의미한 협상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관세 유예 다행…中企 부담 너무 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결정을 두고 수출 중소기업들은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고환율·고금리로 이미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에게 25% 관세는 치명적인데 이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벌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부과 약 13시간 만인 10일 오전 0시부터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적용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상호관세가 취소된 것이 아닌 언젠가 맞닥뜨려야 할 문제인 탓이다. 미국에 8년째 식품을 유통해온 A사 대표는 “관세가 시행되면서 수출 물량이 줄어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이렇게 극적으로 미뤄지니 살 것 같다”면서도 “상황이 변한 것은 아니니 새로운 수출처 발굴에 더 박차를 가해야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시장 변화 대응력이 떨어지는 수출 중소기업에게 미국의 고율 관세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대기업의 경우 미국 비중을 줄이거나 관세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는 등 선택지가 다양하지만 중소기업은 이렇다 할 선택지가 없는 탓이다. 원청업체 측에서 관세 인상분을 전가하더라도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최악의 경우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경기도 소재 자동차 부품업체 B사 대표는 “이미 지난달부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경우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해 완성차 업체 측에서 조만간 청구서를 내밀 텐데 사실상 우리는 발언권이 없어 완성차업체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마진도 적은데 부담이 너무 커질 경우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기부 추경 협의, 4대금융 35조 금융지원 등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유동성 및 보조금 지원책 등을 활용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해외법인에 대해 6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290억원 규모의 수출바우처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9일 미국의 상호관세로 타격을 입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당국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협의 중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7일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금융시장 안정과 기업 등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는 수출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을 위해 금리우대 등 약 35조원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들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금융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한국수출입은행의 경우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에 따른 수출 위기 대응을 위해 총 20조원 규모의 정책 자금을 지원한다. 이 중 3조원은 국내에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중견기업 상생 금융 지원에 활용된다. 또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최고 2%포인트까지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수출입은행 자체 비용으로 제공하는 종합 컨설팅 서비스 규모를 5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린다.

하지만 금융 지원은 임시방편일 뿐 결국 미국과의 협상이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트럼프도 관세를 무기로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이 내년 11월3일 중간선거 이전까지고 그 사이 주가하락 등에 따른 내부 반발을 마냥 견뎌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유예기간이 도래하기 전 들어설 새로운 정부가 주변 국가들을 살피며 천천히 시간을 들여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