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공략에 전략 컨설팅의 황제 맥킨지가 과연 버텨낼까”

2025-08-06

기업 전략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세계 1위의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창사 100주년을 앞두고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전략 컨설팅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존재론적 위기’까지 맞고 있다. 고객들은 “AI가 할 수 있는 일을 왜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나”라고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지적했다.

‘전략의 황제’라던 맥킨지의 신뢰도는 마약성 진통제 마케팅 등 잇딴 스캔들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연매출 증가율이 2%에 머물자 맥킨지는 실행 중심 전략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으나, 이제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 경쟁사에도 뒤처지고 있다.

맥킨지는 자문 수요가 치솟던 지난 1940년 “기업은 변화 속도의 눈부신 가속에 맞춰 자신을 조정해야 한다”라며 “역사상 이토록 어려운 시기를 경영자가 맞이한 적이 있었던가?”라고 홍보 팸플릿에 게재한 바 있다. 당시 맥킨지는 변화의 속도에 주목했다. 격동의 시대를 맞고 있는 오늘날 맥킨지는, 그러나 그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로 기업들은 운영 방식과 위치를 재고하고 있다. AI는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인건비 절감의 기회이자, 비즈니스 모델 붕괴의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던 맥킨지는 지금 침체기에 빠졌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비판했다.

맥킨지는 늘 자신들이 독보적인 존재라고 여겨왔다고 한다. 1976~88년 CEO였던 론 다니엘은 맥킨지를 “탁월한 인재들로 구성된 진정 위대한 조직”이라고 칭했다. 현 CEO 밥 스턴펠스는 “맥킨지는 ‘독보적인(distinctive)’ 회사”라며 이를 계승하고 있다.

이런 우월감은 다소 불쾌하지만,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포춘 500대 미국 기업 중 24곳의 CEO가 맥킨지 출신이다. 경쟁사인 베인 컨설팅은 7곳, BCG는 5곳에 그친다.

최근까지만 해도 맥킨지는 빠르게 성장했다. 2023년 매출은 160억 달러(약 22조 2304억 원)를 넘겼다. 이는 2012년 대비 두 배 이상이다. 그러나 2024년 매출성장률은 고작 2%에 그쳤다. 직원 수는 4만5000명에서 4만 명으로 줄었다. 이는 팬데믹 때의 무리한 확장과 최근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시장 점유율을 경쟁사들에 내주고 있다는 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주장했다.

맥킨지는 예전부터 “우리는 영업 안해도, 고객이 먼저 찾는 조직(sought, not sold)”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2013년 베를린에서 열린 파트너 회의에서 당시 CEO 도미니크 바튼은 “이제는 성장이 최우선”이라며 “사과보다 용서를 구하라(Ask for forgiveness, not permission)”고 주문했다.

그 결과는 무리한 확장이었다. 2010년대에 맥킨지는 미국 오피오이드 제약사의 마약성 진통제 마케팅을 돕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국영기업과 부정 계약을 맺는 등 논란에 휘말렸다. 이로 인해 검찰과 합의하고 사과한 바 있다. 후임 CEO 케빈 스니더는 내부 통제를 강화했지만, 2021년 해임됐다. 후임으로 스턴펠스가 선출되며 “파트너 중심으로 돌아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팬데믹 직후, 컨설팅 수요는 급증했다.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ESG), 디지털 전환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디지털 분야 강화를 위해 2013~2023년 사이 최소 16개의 테크 컨설팅 회사를 인수하며 관련 역량을 키웠다. 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됐다.

이제 맥킨지는 조언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의 변화 실행까지 함께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는 과거 액센추어나 ‘빅4 회계법인’들이 주도하던 분야. 하지만 이들은 요금이 훨씬 저렴하다. 맥킨지는 이에 대응해 성과 기반 수수료제를 도입하고, 채용도 일반 인재보다는 기술 전문가와 경험 많은 임원을 선호하게 됐다.

문제는, BCG도 같은 전략을 더욱 효과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점. 전문가 채용과 유지에서 BCG가 앞서고 있다. 그 결과 2012년에는 맥킨지 매출이 BCG의 두 배였지만, 2024년엔 겨우 20% 앞서고 있을 뿐이다. 올해 매출 증가는 BCG가 10%인 반면, 맥킨지는 2%에 그쳤다. BCG는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업무로 논란에 휩싸였으나, 빠르게 대응하며 수습했다. 이 업무에는 전쟁으로 파괴된 지역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이전하는 비용을 모형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고 보고됐다. BCG는 해당 업무를 담당한 두 파트너를 해고하고, 이 업무가 승인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책임을 부인했다. 통제 강화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회사의 성장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BCG는 2027년까지 매출 기준으로 전략 컨설팅 3사 중 1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문제는 경쟁자가 BCG이외에도 더 늘고 있다는 것. AI 열풍 속에서 기업들은 맥킨지뿐 아니라, 팔란티어, 오픈AI 같은 신생 기술 기업에도 도움을 구하고 있다. 팔란티어는 기업 데이터를 AI 모델에 통합하는 도구를 제공하며, 고객사에 직접 엔지니어를 파견한다. 2025년 2분기 기준 연매출은 30억 달러(약 4조 1685억 원) 가까이 도달했고, 주가 총액은 3650억 달러(약 507조 2405억 원)로 1년 만에 6배 상승했다.

유비에스 은행의 애널리스트들은 팔란티어를 “맥킨지가 만난 데이터브릭스”라고 부른다. 데이터브릭스는 기업이 데이터를 AI 모델과 연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 기업. 이는 맥킨지의 AI 자회사인 퀀텀블랙의 사업모델과 유사하다. 오픈AI도 최근 기업 컨설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부는 이들 기술 기업이 결국 ‘컨설팅’보다 ‘소프트웨어 회사’로 투자자 가치를 인정받길 원한다고 본다. 하지만 AI 전환이 실제로 어려운 상황에서는, 고객사와 직접 작업하는 것이 소프트웨어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결국 맥킨지도 다시 전략 컨설팅 본연으로 회귀할 수 있다.

현재는 맥킨지의 핵심 전략사업이 아직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AI는 결국 이 영역에도 침투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전략 컨설팅은 깊은 사고력과 단순 작업이 병존한다. 많은 데이터 분석, 슬라이드 제작 등은 결국 AI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맥킨지는 이미 자체 지적 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챗봇 ‘릴리(Lilli)’를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AI의 발전 속도를 보면, 고객들이 “왜 이 비싼 돈을 주고 AI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날이 머지 않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권세인 기자

[ⓒ데이터저널리즘의 중심 데이터뉴스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