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보호"vs"영세업자 부담"…근로기준법 '5인 미만' 확대 딜레마

2024-10-17

지난 8월 취임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연일 강조하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경영계에서 강하게 반대하는 만큼 실제 법 개정까진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1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근로기준법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은 총 3건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김태선 의원과 정의당 정혜경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모두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상시근로자 수에 따른 예외 조항을 삭제해 근로기준법이 모든 사업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되, 영세사업장 부담을 고려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비용 지원 근거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주52시간제, 연장·야간·휴일근무수당, 연차휴가, 공휴일 유급휴가, 부당해고 금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등의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주휴일, 휴게시간, 출산휴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부 규정만 적용받는다.

이렇다 보니 5인 미만 사업장은 사실상 노동법 사각지대에 빠져있다는 지적이 많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설문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21.1%는 ‘본인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300인이상 사업장 근로자(7.2%)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부 수장의 의지도 강한 만큼 적용 확대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지명 당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영세업체 근로자는 가장 시급히 보호해야 할 노동약자로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1순위 추진 과제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꼽았다. 김 장관은 국회의원이었던 2005년엔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 발의에도 참여한 바 있다

취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선 “(근로기준법 규정 중에서도) 출산이나 육아, 보육과 관려된 것을 먼저 (확대 적용) 해야 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가 돼 있어서 먼저 적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자는 취지다.

문제는 경영계, 특히 자영업자를 비롯한 영세사업장에서 강하게 반대한다는 점이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전국 614만1363개 사업장 중 5인 미만 사업장은 531만4600개로, 86.5%에 달한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대다수 자영업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부턴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어서면서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도 생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자영업자들이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노사가 모두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인 신하나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조건인 만큼 기본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것이 맞다”며 “(단계적으로 접근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규정 등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추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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