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너구리에 피부병·관경병…“관리 위해 생태정보 필요”

2025-06-12

국립생물자원관, ‘수도권 너구리 생태 현황 지도’ 제작

“도시에 사는 야생 너구리, 공존 방법 모색해야”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도시에 사는 야생 너구리의 개체수가 급증하면서 외부 기생충 감염에 의한 피부병이나 광견병 등을 애완견이나 사람에게 전파할 수 있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도심 출몰 너구리는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데 인천과 인접 지역, 서울 강서·양천·구로 등지에서 집중되면서 주민들과의 갈등, 민원의 소지가 높아졌다. 이는 1980년대 말~2010년대 말 사이,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의 면적이 약 2.4배 증가하면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도시에 사는 야생 너구리는 동물찻길사고(로드킬), 감염병 전파, 물림 사고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81건이었던 너구리 관련 사고가 작년 117건으로 급증했다.

개과(Canidae)에 속한 너구리는 동아시아 토착종으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다. 주로 도시와 산림이 맞닿는 지역에 서식했으나 개발에 의한 서식지 파괴, 파편화 등으로 도심으로 유입되는 개체수가 증가했다. 야행성 동물로 겁이 많아 사람을 피하며 죽은 척을 하기도 하지만 잡식성으로 다양한 환경에 뛰어난 적응력과 높은 번식력을 지녔다. 외부 기생충 감염에 의한 개선충증이나 광견병 등을 전파할 수 있다.

너구리에 나타난 개선충증은 외부 기생충인 개선충에 감염돼 나타나는 접촉성 피부병(가려움증, 털빠짐)으로 포유동물 간 전파 가능성이 높다. 자연치유 또는 약물치료에 의한 완치가 가능하지만, 야생개체에서는 폐사에 이르기도 한다.

관경병은 주로 감염된 동물인 너구리, 개, 오소리 등의 타액에 의해 전파되고 백신에 의한 예방이 가능하다. 너구리에서 2006 이후의 발생 보고는 없지만 북한과 인접한 휴전선 인근 지역에서는 너구리 등 야생동물의 감염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들 너구리가 도시에 살면서 개체수가 늘어 반려견 등과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 병의 전파가 가능해진다는 부분이다.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과는 달리 접촉이 없을 때는 전파되지 않지만 병의 매개원으로의 위험의 소지는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도시에 사는 야생 너구리를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수도권 너구리의 유전적 특성과 행동권을 분석한 ‘수도권 너구리 생태 현황 지도’를 제작해 올해 하반기 지자체 등 관련기관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작년부터 생활주변 야생동물 관리를 위한 개체군 연구 사업의 일환으로 16개의 초위성체 마커(DNA 분석)를 활용해 수도권 너구리 226개체 간의 유전적 연관성과 행동권 및 번식 영역의 경계를 추적한 연구를 해왔다. 이 결과를 이번 ‘수도권 너구리 생태 현황 지도’에 담을 예정이다.

관련 연구에서 수도권 서식 야생 너구리가 △인천 및 인접(서울 서부·경기 남서부) 지역 △서울 강서·양천·구로 지역 △그 외 경기 북부 지역 등 3개의 분리된 개체군을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행동반경이 평균 1~2㎞ 미만으로 좁은 너구리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서부간선도로에 의해 단절된 서식지에서 번식을 거듭해 근접 지역 개체군과의 유전적 단절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같은 연구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지역별 개체군 분포 △핵심 서식처 △이동 경로 △갈등 및 질병 발생 현황을 종합한 ‘수도권 너구리 생태 현황지도’를 위치추적기, 무인 카메라 등을 활용해 완성할 계획이다.

유호 생물자원관장은 “도시에서 야생동물로 인한 갈등이 빈번해지는 만큼, 과학적 생태정보에 따른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사람과 야생동물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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