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까지 통역해달라’ 보고서
경기도, 9월부터 서점서 판매
불법하청·이주노동자 차별 등
사회 재난 적시… 방지책 제시
“연간 1000명에 가까운 산재 사망이 보고되기에 하루 몇 명의 산재 사망은 뉴스도 되지 않는다.”(아리셀 화재 조사 및 회복 자문위원회)

경기도가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 종합보고서 ‘눈물까지 통역해 달라’(사진)를 다음 달 1일 시중 서점에 내놓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시도한다.
26일 경기도에 따르면 책(보고서)은 백도명 서울대 명예교수, 유성규 성공회대 겸임교수, 이완 아시아인권문화연대 공동대표 등 7명의 외부 자문위원이 집필했다. 도의 대응과 화재 조사, 자문위 분석으로 이뤄졌는데 사고의 발단과 수습, 아리셀 공장의 실태,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과 이주노동에 대한 혐오, 구조 전환 필요성, 이주노동자 차별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동연 지사는 화재 한 달 만인 지난해 7월25일 이처럼 보고서를 남길 것을 지시하면서 “부족한 부분도 그대로 나오게 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성과 성찰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보여 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24일 화성시의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에선 리튬 배터리가 폭발해 23명이 사망했다. 이 중 20명은 비정규직이었고, 또 18명은 외국인(중국·라오스) 근로자였다. 자문위는 “이 사고는 일반적 산재가 아니었다”며 “같은 층에 근무하던 정규직 20명 중 3명(15%)이 사망했으나 비정규직은 23명 중 20명(87%)이 사망한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털어놨다.

이주노동자 불법하청이 연루된 사회 재난이었기에 당시 도와 화성시 담당자들은 “표준화된 보고서 서식이 없었다”거나 “고인의 통장 계좌 확인과 해지가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수사당국도 사망자 신원 파악을 못해 DNA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가족의 사망자 확인을 늦추는 등 혼란이 불거졌다.
자문위는 비정규직 이주노동에 대한 차별·혐오가 문제를 더 복잡하게 분화했다고 판단했다. 적당한 경제적 필요와 정치적 담합하에 차별과 혐오로 점철된 시스템, 정책을 수립·집행한 주체들의 낡은 인식을 근본 문제로 지적했다.

사고 직후 도는 이주노동자도 도민이라며, 규정에 머무르지 않고 책임지는 자세를 취했다. 긴급생계비 등 유가족 지원과 출입국·장례 절차 유연화, 혐오 표현 금지 조례 제정 등으로 대응했다. ‘반성을 실천으로’라는 표어 아래 “리튬전지 화재에 물을 이용한 소화방식이 옳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대응 매뉴얼의 적절성을 되짚었다. ‘이주노동자 보호정책’을 ‘이민사회 정책’으로 확장해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로 이민사회국을 신설했고, 지난달에는 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아울러 ‘경기도형 재난위로금’을 정착시켰고, ‘주 4.5일제 시범사업’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산재 예방을 도모하고 있다. ‘노동안전지킴이’ 인력 확대와 산재율을 반영한 ‘정책 인센티브제’도 뒤따랐다. 중앙정부에 근로감독 권한의 일부를 지방정부가 공유하는 법 개정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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