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만에 무너진 교각에 현장 아수라장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교량 건설 현장에서 교각 붕괴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현장 주변 주민들은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25일 오전 9시49분, 경기도 안성시 일대에 천둥벼락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공사 중이던 교량 상판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발생한 소리였다. 붕괴 현장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조태우(64)씨는 “차 시동을 걸고 있다가 다리가 무너지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상판들이 1초 간격으로 무너지면서 와장창 소리가 나는 걸 차 안에서 들었고, 차 문 밖으로 고개를 빼어 보니 왼쪽에서 세 번째 상판이 무너지고 있었다”며 “무너지면서 먼지가 자욱하게 풀썩였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그는 왼쪽부터 3번째 상판이 무너지는 것을 직접 목격했고, 나머지 교각들이 V자로 꺾이며 무너지는 것은 이후 뉴스를 통해 봤다고 전했다.
인근 주민 최모(65)씨도 “집에서 닭밥을 주다가 ‘우루루루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다리가 떨어지면서 먼지가 확 나더라. 뭐 터지는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최씨는 “멀어도 다리 놓인 게 보인다. 깜짝 놀라서 쳐다봤는데, 다리가 무너지며 엄청난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염소 밥을 주고 있던 주민 민승홍(70)씨는 “염소장에 있는데 다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라. 소리가 되게 컸다”면서 “발파하는 것마냥 먼지가 뿌옇더라. 5분도 안 돼서 바로 서운산에 올라가서 보니까 교각은 다 없어졌더라. 터널 앞에 한 구간만 남고 다 떨어졌다”고 말했다.

인근 거주민 이모씨는 “소리가 큰 게 말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막 놀라서 울고 그랬다.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다”며 “난간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하나가 무너지면서 연달아 때리면서 무너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리를 듣고는 공장이 무너진 줄 알았다. 저렇게 큰 게 무너질 줄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교각 위에서는 작업자 10명이 빔 작업 확인 및 빔 거치 작업을 하던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런처 기계를 이동하던 중 교량 상판과 함께 바닥으로 추락해 잔해에 매몰됐다. 구조 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모든 매몰자를 구조했으나, 4명이 사망했고 6명은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피해는 더 확대될 수 있었다. 다행히 사고 현장 인근 민가들은 파편에 덮치지 않았다. 조태우씨는 “10년째 이 근방에 거주 중인데, 무너진 곳 밑에는 민가가 없었다. 공사 전에는 한 채가 있었는데, 공사한다고 철거했었다”고 설명했다. 김창구씨도 “천변 왼편에는 집이 있고, 그 반대편에는 길이 있는데 거기도 깔렸다”고 했다.
교량 붕괴 현장은 콘크리트 잔해와 철근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어 아수라장이 됐다. 약 50m 높이 교각 8개 아래에는 부서진 콘크리트 상판 여러 개가 약 200m 구간에 걸쳐 떨어져 있었고, 곳곳에는 끊긴 철근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었다. 붕괴한 교량 아래를 지나는 왕복 2차선 지방도 2~3㎞ 구간도 사고 여파로 통제 중이다.
안성=이예림·최경림·임성균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