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무죄' 재판부 "과학에 대한 사법통제 의미 생각해야" 회의적 시각

2024-11-29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등 임원진 1심서 전부 무죄

"인보사 사태 후 미국은 과학적 검토, 한국은 소송"

"무죄 확정된다면 수년 걸친 소송의 의미 무엇인가"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성분 허위표시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사법부가 과학 분야를 통제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이례적으로 밝혔다.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지 약 5년 만에 검찰이 기소한 공소사실 대부분을 형사 처벌하기 어렵다고 본 것인데 과학적으로 판단할 문제를 법원으로 끌고 오는 것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내비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최경서 부장판사)는 2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명예회장과 이우석 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현 고문), 권모 코오롱티슈진 한국지점장, 양모 전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지원본부장, 코오롱생명과학·코오롱티슈진·코오롱 법인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인보사 사태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국내 최초의 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의 2액 주성분이 당초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연골유래 세포가 아닌 신장유래 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벌어졌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코오롱 담당자들이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이나 티슈진의 코스닥 상장 이전 인보사 2액 세포 기원의 착오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며 "인식시점은 (인보사 제조·판매가 중단된) 2019년 3월 31일 이후"라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후 미국과 한국이 이행한 조치가 달랐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인보사 사태가 발생한 2019년 당시 제 기억으로도 파장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뿐만 아니라 한국 식약처도 인보사 제조·판매를 중단시키고 원인을 파악하려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조치"라고 했다.

이어 "미국 FDA는 2액 세포 기원 착오의 원인이 무엇인지, 안전성 우려는 없는지 과학적 검토 끝에 우려가 해소됐다고 보고 자국민을 위한 임상 3상 개시를 승인해 10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올해 7월 임상 3상을 완료했다"며 "반면 한국은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한 후 처분을 다투는 행정소송과 임원진의 형사재판이 수년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사가 주요 쟁점으로 문제 삼는 미국 FDA의 1차 임상중단명령(Clinical Hold·CH)이나 시료 생산 실패 문제는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기 전 이미 해결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국가형벌권의 행사라는 공적 성격을 갖는 형사소송에서는 누가 이기고 지느냐, 승패의 개념으로 볼 수 없다"며 "이제 1심 판결이지만 만약 최종적 판단이 이 법원의 판단과 동일하다면 수년에 걸쳐 막대한 인원이 투입된 이 소송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과학적 분야에 대한 사법적 통제는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인보사 사태 이후 환자들이 제기한 다수의 민사소송을 언급하며 "인보사 2액 세포 기원의 착오로 인해 인보사의 안전성 우려가 어느 정도 증가됐는지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검찰이 제출하지 않았고 과학적 관점에서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재판부가 판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검찰은 "증거에 대한 평가, 관련 사건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법원의 판단을 바로 수긍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를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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