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괴물 되더라도…” ‘1억 의족’ 남자의 자전거 꿈

2025-05-01

2022년 9월의 어느 늦은 오후, 평범한 직장인이던 박찬종(35)씨는 자전거로 퇴근 중이었다.

경기도 시흥시 시화공단 근처, 평소처럼 3차로 도로 맨 우측 끝에서 교통 규칙을 지키며 달리고 있었다. 바로 옆 차선에 폐기물 탱크를 실은 5t 트럭이 보였다. 그런데 그 육중한 트럭이 급작스럽게 우회전을 시도했다. 박씨를 못 본 것인지 3차로의 박씨를 치고 인도까지 돌진했다.

퉁. 박씨는 트럭에 치여 나가떨어졌다. 트럭은 사람을 쳤다는 걸 모르는 듯 멈추지 않고 박씨의 몸을 덮쳤다. 박씨는 트럭 어딘가에 몸이 걸려 질질 끌려갔다. 뒷바퀴에 자전거가 말려 들어간 후 트럭이 멈췄다. 그의 왼쪽 다리는 또 다른 바퀴에 깔렸다. 트럭 운전사의 명백한 과실이었다. 5분 만에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3일 후 박씨는 왼쪽 무릎 위까지 절단해야 했다.

비극적인 사고는 박씨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놨다. 한순간에 다리를 잃은 그는 일자리를 잃었다. 자전거 유튜버(채널명 cjpark)로도 열심히 활동했는데, 이마저도 중단해야 했다. 혼인신고는 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아내가 떠올랐다. 일도, 가정도, 삶도 ‘일시 정지’ 버튼이 눌린 듯했다.

그는 절망하고 좌절하는 대신 새 자전거를 샀다. 사고가 난 지 3개월 만이었다. 이 선택은 그의 삶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장애인 사이클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태극전사가 된 박씨는 “사고 전보다 하고 싶은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다”며 “내 삶을 스스로 이끄는 것 같아서 더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자전거를 다시 탈 수 있었을까?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지 않고, 어떻게 행복을 찾을 수 있었을까? 그 눈물과 땀방울의 시간을 알기 위해, 먼저 참혹했던 사고의 순간으로 돌아가 봤다.

🚲얼굴도 모르는 가해자를 용서한 이유

퇴근길에 사고가 났죠?

맞습니다. 인천에 살면서 안산공단으로 출퇴근했거든요. 약 20km 거리였습니다.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는 구간이에요. 없는 구간이 대략 1km 정도 있습니다. 여기서 딱 사고가 났어요.

바로 구조가 됐나요?

당시 기절하지 않아서 다 기억해요. 5분 만에 구조대가 왔어요. 저는 바퀴에 다리가 깔린 상태였고요. 트럭 밑 구조물에 손과 가슴이 겹쳐진 채로 몸 전체가 눌려 있었습니다. 구조대원이 “어디가 제일 아프세요?”라고 물었는데 말을 하지 못하겠는 거예요. 온 몸이 다 아팠거든요. “혹시 왼쪽 다리가 제일 아프지 않아요?”라고 다시 묻더라고요. 그땐 절단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지 몰랐습니다.

언제 왼쪽 다리를 절단했나요?

우선 병원 도착 후 응급수술로 왼쪽 다리 정강이뼈의 절반을 버렸습니다. 거의 부서져 있었거든요. 이후 의사가 무릎 위까지 절단하지 않으면 패혈증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했어요. 저는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고 생각해서 의사 판단에 맡겼죠. 사고 3일째 되는 날, 다리를 절단했습니다.

트럭 운전사는 무슨 말을 했나요?

사고 당시 그분이 트럭 밑으로 기어들어와서 제 손을 잡고 울었습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라면서 절규하더라고요. 제가 죽었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런데 얼굴을 보진 못했습니다. 트럭 밑에서는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웠고요. 이후 그 분이 병원에 세 번 정도 찾아왔어요. 사과하려고 온 것 같았는데요. 다 거절했습니다.

왜 거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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