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철도신호 기술자·감리원 자격기준 개선...감리 및 공사 합리적 발주체계 마련해야

2024-10-25

‘철도통신·신호설비공사’

정보통신공사로 분류되나

기술자·감리원 기준은 미비

법령체계 긴밀함 떨어지고

입체적인 구성도 불일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발주처는 관계법령과 규정을 근거로 대규모 시설공사 등 주요 공공사업을 추진한다. 이에 관계법령 및 규정이 체계적으로 구성돼야만 공공사업의 합리적인 집행과 공정한 입찰을 도모할 수 있다.

정보통신공사의 경우에도 합리적인 공공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정보통신공사업법 및 하위법령, 관련 규정의 체계적인 구성과 올바른 적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행 정보통신공사업법령을 살펴보면 법률과 시행령, 정부 고시 사이에 간극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제3조를 살펴보자. 해당 조항에 따르면 정보통신공사는 정보통신공사업자만이 도급받거나 시공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별표 1’에서는 정보통신공사의 종류에 대해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철도통신·신호설비공사의 경우 정보통신공사의 한 종류인 정보통신설비공사에 해당하므로 정보통신공사업자만이 도급받거나 시공할 수 있다.

그렇지만 면밀하게 짚어봐야 할 문제가 있다. 현행 법령상 정보통신기술자 및 감리원의 자격기준에 철도통신·신호설비 분야가 명확하게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보통신기술자의 등급 및 인정범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별표 6’을 살펴보자. 해당 법령에 따르면 기술계 정보통신기술자는 기술자격자와 학력·경력자로 구분된다. 여기서 ‘기술자격자’란 국가기술자격법의 기술자격종목 중 소정의 자격을 취득한 사람을 말한다.

또한 ‘학력·경력자’는 학교에서 통신·전자·정보처리기술 관련학과 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거나 국내 또는 외국에서 이와 동등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말한다. 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에서 1년 이상 통신·전자·정보처리기술관련 분야의 과정을 이수한 사람으로서 학력·경력 등의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제출한 사람도 학력·경력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법령의 세부 내용을 보면 철도신호기술사, 철도신호기사, 철도신호산업기사, 철도전기신호기능사는 기술자격자로서 정보통신기술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인 ‘정보통신기술자의 전공학과의 범위 및 경력인정방법’에 규정된 학력·경력자의 전자·통신 및 정보처리기술 관련 학과의 인정 범위에는 철도신호 관련 학과가 포함돼 있지 않다, 철도신호 관련 학과를 졸업하더라도 학력·경력자로서 정보통신기술자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별표 2’에 규정된 감리원의 자격기준도 이와 다르지 않다. 철도신호관련 자격을 소지한 국가기술자격자는 정보통신감리원의 자격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지만, 철도신호 관련 학과 졸업자는 감리원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기공사분야 기술자와 전력기술인은 학력·경력자로서 전기기술자 및 감리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 시행령 ‘별표 1’에서 철도신호를 정보통신부문 엔지니어링 기술로 분류하고 있지만 전기관련 법령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정작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에 철도신호 분야 학력·경력자를 정보통신기술자 및 감리원으로 인정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까닭이다.

현행 기술사법령 및 국가기술자격법령의 자격분류 체계도 심각하게 살펴봐야 한다. 먼저 기술사법 시행령 ‘별표 1’ 및 ‘별표 2의 2’에서는 철도신호기술사를 발송배전·전기응용·전기철도기술사와 함께 전기분야 자격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가기술자격의 직무분야 및 국가기술자격의 종목에 대해 명시한 국가기술자격법 시행규칙 ‘별표 2’에서도 철도신호 관련자격을 전기분야 자격으로 분류하고 있다. ‘별표 2’의 세부 내용을 보면 ‘전기·전자’는 26개 직무분야의 하나로 분류된다. 26개 직무분야는 61개 중직무분야로 다시 나뉘는데, 철도신호기술사와 철도신호기사, 철도신호산업기사, 철도전기신호기능사는 모두 중직무분야의 하나인 ‘전기’ 분야 자격에 해당한다.

이처럼 법령체계의 긴밀함이 떨어지고 입체적인 구성이 일치하지 않으면 합리적인 공공사업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상당수 공공 발주처에서는 철도신호 분야 기술자를 정보통신분야의 전문인력이 아닌 전기분야 전문인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발주처의 인식이 보편화되면 철도신호설비 설치에 관한 사업이 정보통신공사가 아닌 전기공사로 발주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대전광역시가 추진하는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트램은 도로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운행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 도로에서 직접 승·하차할 수 있어 다른 열차보다 접근성이 뛰어나다. 특히 대전시 트램은 국내 최초의 수소트램으로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고, 운행과정에서 미세먼지를 정화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탄소 중립 시대에 부합하는 친환경 교통수단인 셈이다.

대전시 트램 건설사업은 총 1조5069억원의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대전시는 지난 1996년 2월, 정부로부터 대전도시철도 2호선 기본계획에 대한 승인을 받아 30년 가까이 트램 건설사업을 준비해 왔다. 특히 대전시는 관계부처와의 오랜 협의를 거쳐 지난 2022년 6월 트램 건설에 대한 기본설계를 완료했으며, 올해 9월에는 주요 노선에 대한 공사발주도 시작했다.

정보통신공사업계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대전시 트램 건설사업에 포함된 정보통신공사와 신호설비공사다. 대전시는 약 600억원 규모의 정보통신공사 및 신호설비공사에 대한 발주 채비를 하고 있다.

대전시 트램 건설사업에 포함된 철도통신·신호설비공사는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따라 반드시 정보통신공사로 발주하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트램 신호설비에 대한 감리 등의 업무도 정보통신기술자 및 감리원이 수행할 수 있도록 입찰자격을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전시가 이런 방법으로 관련사업을 발주한다면 정보통신공사업계의 사업물량 증대에 크게 기여함은 물론, 정보통신공사업 활성화와 ICT인프라 고도화의 훌륭한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전시의 경우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관련설비에 대한 감리업무를 ‘철도신호기술사’ 자격 소지자가 수행하도록 관련 사업을 발주할 계획이다. 그런데 철도신호기술사를 전기분야 전문인력으로 분류할 경우 정보통신기술자 및 감리원이나 정보통신공사업체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공산이 크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하고 철도신호 분야 감리와 공사를 정보통신기술자 및 감리원, 정보통신공사업체에서 수행할 수 있도록 자격체계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철도전기통신, 철도통신, 철도전기신호, 철도신호, 철도전기전자 등 철도신호 관련 학과를 통신·전자·정보처리기술 학과에 추가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해당 학과 졸업자가 학력·경력자로서 정보통신기술자 및 감리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철도신호 관련 자격이 정보통신 분야 자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기술사법 및 국가기술자격법 등 관련 법률 및 하위법령에 대한 정비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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