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중기 지원, 12억 초과 주택연금...금융권 '특화 대출' 봇물

2025-05-19

금융사의 ‘특화 대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의 대출 상품이나 신용 평가 방식으로는 공력하기 어려운 틈새 시장을 파고 들어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신규 고객을 발굴하는 식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기존 대기업 고객사가 추천하는 중소기업 협력사에도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중기 특화대출, ‘우리CUBE데이터론’을 내달 출시할 예정이다. 중기 협력사는 최초 약정일 외에는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 은행이 파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 심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고객사가 우리은행의 인터넷마켓플레이스(e-MP)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면, 은행은 구매 기업과 협력(납품) 기업간 거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중소기업인 협력사가 ‘데이터론’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신용등급이 다소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저금리로 자금을 융통할 수 있다. 발주 데이터만 확인되면 납품 전에도 생산자금을 대출해주는 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리 수준은 협력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같은 조건으로 신용대출을 받는 것보다는 확실히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납품 이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기존의 결제성 대출 상품과 달리, 납품 기한을 고려해 만기를 설정한다는 점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제품 생산부터 납품까지 공급망 생태계의 유동성을 개선하고 해당 산업에 역동성을 불어 넣겠다는 취지다. 우리은행은 우선 반도체, 인공지능(AI), 방산 등 신성장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우선 공급하고 이후 다른 분야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소상공인 특화 대출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음식 주문중개 플랫폼 ‘땡겨요’ 입점 업체에 일 최대 300만원(일 평균 매출액의 80%까지)을 최장 10영업일간 빌려주는 ‘소상공인 상생 땡겨드림대출’ 상품을 운영 중이다. 하루 매출액 변동성이 커 안정적인 영업자금 확보가 필요한 소상공인에 초점을 맞춘 대출 상품이다. 최대 한도는 3000만원이다. 대출 실행 후 3영업일에 중도상환해약금 없이 자동 상환되며, 상환이 어려운 경우 10영업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주축이 된 소호뱅크 컨소시엄에 공동 투자한 NH농협은행은 소상공인에 특화한 금융ㆍ비금융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 대출 심사 때 단순히 담보나 재무제표만 보는 게 아니라, KCD의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사업성과 성장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둔다는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주택연금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한 민간 주택연금(역모기지) 상품을 올해 안에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12억원 이하 주택만 가입이 가능한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을 확장한 개념으로, 지난해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다.

금융위는 금융사가 종신ㆍ비소구방식의 역모기지론을 취급할 땐 기존 주택 관련 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ㆍ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해주기로 했다. 비소구방식이란 향후 집값이 하락하더라도 담보물인 집만 반환하면 더는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담보 자산의 기준 가격이 올라간 만큼 가입자가 매달 받는 연금액도 늘어날 것”이라며 “부동산에 자산이 집중돼 있어 생활비가 부족했던 하우스푸어(집은 있지만 저소득) 노령 가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에선 비금융 데이터를 이용한 신용평가도 확대하는 추세다. 그간 대출을 받기 어려웠던 사회초년생, 주부 등 이른바 ‘신파일러’(Thin Filerㆍ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도 자금 조달이 용이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부터 이동통신3사(KTㆍSK텔레콤ㆍLG유플러스), KB리브모바일을 활용한 새로운 대안평가모델을 만들고 통신 데이터 등을 일부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네이버와 손잡고 부동산ㆍ쇼핑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신용평가모형을 정교화한다는 계획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게 금융권의 몫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기존의 담보, 보증, 신용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대출 시장의 신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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