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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위성통신기업 유텔샛이 세계 최초로 국제민간표준화기구(3GPP) 표준을 활용한 위성·단말 통신에 성공했다. 미국 스타링크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에 국제표준과 호환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지 주목된다.
유텔셋그룹은 25일(현지시간) 미디어텍, 에어버스 디펜스앤스페이스와 세계 최초 3GPP 5G 비지상통신(5G NTN) 규격을 활용한 통신 시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텔샛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위성통신 기업으로, 지난 2023년 영국에 본사를 둔 원웹을 인수·합병했다. 이번 시연은 원웹 통신 위성과 미디어텍 5G NTN 칩셋을 적용했다. 에어버스는 원웹 저궤도 위성 개발·제작에 참여했다.
이번 실험에서는 유텔샛 원웹 위성과 미디어텍의 NR NTN 테스트 칩셋, 대만공업기술연구소(ITRI)가 제공한 5G NTN 테스트 기지국을 사용해 3GPP 최신 표준인 릴리즈17에 포함된 NTN 표준을 구현했다. 샤프와 로데 슈바르츠가 안테나 배열과 테스트 장비를 제공했다.
에어버스가 제작한 원웹 저궤도 위성은 Ku-대역(12~18 GHz)과 Ka-대역(26.5~40 GHz)을 활용해 지상국과 교신하고 단말에 전파를 발사하는 '지구 이동빔' 개념을 적용했다. 실험 중 5G 사용자 단말은 위성 링크를 통해 5G 코어망에 성공적으로 연결됐고, 데이터 트래픽을 교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유텔셋은 밝혔다. 유텔샛은 이번 테스트가 5G NTN 표준 도입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표준 문서 속 존재하던 기술이 실제 응용돼 실현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5G NTN 위성통신이 상용화될 경우, 위성과 지상 네트워크의 상호 운용·호환을 가능하게 해 위성통신 접근 비용을 크게 낮추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G NTN이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에 경쟁구도를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현재 위성통신 시장은 자체 표준을 사용해 약 7000여개 이상 위성을 운영하는 미국 스타링크가 장악하고 있다. 유텔샛·원웹은 추격자다. 현재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지역에 600여개 이상 위성을 운용해 스타링크에 비해 수는 적지만 넓은 커버리지를 제공한다.
원웹은 한국진출도 준비한다. 미국 중심 위성통신 시장에 유럽·대만 연합군이 도전장을 던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유텔샛·원웹은 현재까지는 스타링크 경쟁상대라고 보기 어렵지만, 호환성이 우수한 5G NTN 국제표준을 무기로 다양한 사업자가 위성통신 시장에 참여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유텔샛은 “5G NTN은 우주와 기존 전세계에 구축된 5G 인프라 호환성을 가능케 한다”며 “스마트폰과 자동차 산업,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산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유비쿼터스 연결을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