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여행 산업 시장을 노린 중국 자본의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 트립닷컴이 국내 인바운드 여행 시장 점유율 확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알리바바 산하 알리익스프레스도 숙박·항공권 시장을 노리고 있다.

#트립닷컴, 에어비앤비보다 국내 사용자 많아
트립닷컴은 전 세계 숙소, 항공권, 기차표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웹사이트 및 모바일 앱에서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 Online Travel Agency)다. 15개국 17개 언어로 전 세계 200여 국가에 걸친 여행 상품을 제공한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트립닷컴은 사명을 시트립에서 트립닷컴으로 바꿔 중국 색채를 덜어내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할인코드와 최저가 마케팅을 통해 빠르게 국내 인바운드 여행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지난 1월 트립닷컴은 여행 관련 신규 앱 다운로드 건수에서 34만 건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국내 플랫폼인 여기어때는 28만 건, 야놀자는 22만 건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하다.
사용자 수에서도 지난 5월 1위 NOL(365만 7812명), 2위 여기어때(359만 9593명), 3위 아고다(186만 8586명)에 이어 4위(141만 6177명)를 기록했다. 에어비앤비(118만 4215명)보다 많다.
이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덕이다. 실제로 6월 말, 일본 오사카 5박 6일 일정 비행기 가격을 검색했더니 트립닷컴은 10만 원에 구매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타 여행 플랫폼보다 5만 원 정도 낮은 가격이었다. 국내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해외여행은 최소 100만 원, 최대 1000만 원 이상 고비용이 들다 보니 고객들이 한 푼이라도 저렴하게 예약하려 한다”며 “(트립닷컴이) 중국 자본을 들여 최저가 상품을 쏟아내다 보니 국내 플랫폼들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항공 여객 판매 대금 정산 제도(BSP) 기준 항공권 발권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트립닷컴은 5%대 점유율로 5위를 기록했다. 2022년(13위)과 2023년(8위), 2024년(6위)에 이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다. 발권 실적 역시 449억 원으로, 4위 노랑풍선의 470억 원에 근접했다.
#알리바바도 한국 고객 잡기 나서
알리바바도 계열사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여행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여행 전문관 ‘알리익스프레스 트래블’을 정식 론칭해 운영하기 시작한 것. ‘해외여행, 알리트래블 하나면 충분하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손쉬운 예약과 파격적인 혜택을 강조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 트래블은 알리바바그룹 계열 온라인 여행 플랫폼 ‘플리기’와 연동해 150만 개 이상의 글로벌 호텔 및 2만 5000개 이상의 직항 항공편, 8000곳 이상의 관광지 및 테마파크 입장권을 한 번에 예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한국어 고객센터를 상시 운영하며, 예약·결제·취소 등 여행 전 과정에 걸쳐 실시간 상담 및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MAU 등 각종 지표에선 아직 앞서지만, 트립닷컴과 알리익스프레스 트래블 등 거대 자본을 활용한 중국계 기업의 전략에 국내 OTA 시장뿐 아니라 여행 생태계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해외 OTA를 향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한 가운데 트립닷컴과 아고다가 전체 피해구제 청구의 약 71.5%를 차지했다. 2021년 총 241건에서 2022년 498건으로 늘어난 뒤 2023년 820건, 2024년은 8월까지 벌써 846건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여행사 대표는 “TV나 유튜브에서 가장 광고를 많이 하는 곳이 바로 트립닷컴”이라며 “해외를 근거지로 하다 보니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중국 기업이다 보니 고객들의 여행 관련 기록이 데이터로 쌓이는 것이나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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