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류진 한경협 회장 "낡은 제도 버리고 민간 역동성 살려야"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2026년 신년사를 통해 "한국경제는 기술문명 전환의 분기점에 서 있다"며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뉴 K-인더스트리' 시대를 열어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진 회장은 29일 올해를 "거센 외풍 속에서도 한 걸음씩 버텨낸 해"로 평가했다. 미국 관세정책에 정부와 경제계가 공동 대응하며 충격을 완화했고, 조선 등 전략산업에서는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한민국은 더 이상 따라가는 나라가 아니라, 국제 질서를 만들어가는 위치로 올라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조선·방산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부상한 점도 강조했다. 최근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미국 기업인들이 한국 제조 경쟁력에 주목했고, K-컬처 확산 역시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류 회장은 "이 같은 흐름이 작년보다 올해를 희망적으로 보게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만 낙관은 경계했다. 그는 "급한 불은 껐지만 저성장의 터널은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의 추월, 내수 부진, 산업 양극화라는 구조적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 역시 분절화를 지나 합종연횡의 재구성 시대로 접어들며, 기술과 규범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2026년을 "AI와 모빌리티 혁명,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는 기술문명 전환의 해"로 규정했다.

이에 대응해 낡은 제도를 과감히 정비하고 민간의 역동성을 되살려야 한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넘어 '이노베이티드 인 코리아(Innovated in Korea)'로의 전환 필요성을 제시했다.

한경협의 역할도 분명히 했다. AI 등 신성장 분야 경쟁력을 높이는 제도 혁신과 민관 공동 미래전략 로드맵을 제시하고, 벤처·스타트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스케일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0주년을 맞아 AI·디지털·그린 산업의 글로벌 규범을 주도하고, 미국·일본 등 주요국과의 파트너십도 강화할 방침이다.

류 회장은 "붉은 말처럼 쉼 없이 달려야 할 때"라며 "한경협이 한국경제 도약의 선두에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의 신년사 전문이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대지를 박차고 힘차게 달리는 말처럼

국민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 활력이 넘치시길 기원합니다.

지난 2025년은 한국경제가 거센 외풍에 맞서며

한 걸음씩 꿋꿋이 나아간 한 해였습니다.

미국 관세정책에 정부와 경제계가 똘똘 뭉쳐 대응했습니다.

관세장벽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조선 등 전략산업에서 협력의 새 지평을 열었습니다.

대한민국은 국제무대에서 '따라가는 나라'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지위에 올라서고 있습니다.

또 반도체와 조선, 방산 등 전략산업을 중심으로

신뢰와 기술, 개방성을 두루 갖춘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부상했습니다.

지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도

많은 미국 기업인들이 한국의 제조 경쟁력에 주목했습니다.

'K-컬처' 역시 세계인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작년보다 올해를 희망적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이제 막 급한 불을 끈 상황입니다.

작년보다는 성장률이 오르겠지만,

저성장의 터널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를 추격하던 중국의 추월이 현실로 닥쳐왔고,

내수 부진과 산업 양극화의 구조적 리스크도 여전합니다.

세계 경제도 각자도생의 분절화(Fragmentation) 단계를 지나

합종연횡의 재구성(Reconfiguration) 시대로 진입합니다.

국경의 의미가 약해지고,

기술과 규범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릅니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들입니다.

무엇보다 2026년은

인류가 새로운 기술문명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입니다.

AI와 모빌리티 혁명, 공급망 재편과 기후·인구구조 변화가

국가경제와 산업구조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도 한국경제 대전환―

｢뉴 K-인더스트리｣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새로운 접근, 민첩하고 담대한 도전이 필요합니다.

낡은 제도는 과감히 버리고, 민간의 역동성을 되살려야 합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합니다.

나아가 'Made in Korea'를 뛰어넘어

'Innovated in Korea'의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먼저, 한국경제가 나아갈 '새로운 성장의 길'을 제시하겠습니다.

AI 등 신성장 분야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제도 혁신과

민관이 함께해야 할 미래전략 로드맵을 제시하겠습니다.

정부와 산업계, 국내외 전문가들과 두루 소통하면서

신성장 전략의 허브, 산업체계 재설계의 플랫폼이 되겠습니다.

또한, '다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 실현에 앞장서겠습니다.

오늘의 벤처·스타트업이 내일의 국가대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스케일업 생태계 구축의 청사진을 만들고 실천하겠습니다.

성장의 온기가 사회 구석구석까지 전해지는

민생경제 회복의 다양한 정책과제를 발굴하겠습니다.

기회의 창을 더욱 넓히고,

더 공정하고 다양하게 만드는 길을 찾겠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리딩 국가 도약'을 적극 선도하겠습니다.

한국은 올해로 OECD 가입 30주년을 맞습니다.

이제는 아시아·태평양 경제질서의 핵심국가답게

AI·디지털·그린 산업의 글로벌 규범을 주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리딩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비전과 전략을 모색하겠습니다.

통상질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도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파트너십을 한층 강화하겠습니다.

2026년은 붉은 말의 해입니다.

쉬지 않고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적토마처럼

우리 경제가 힘차게 쉼 없이 달려가길 소망합니다.

한경협이 앞장서 힘을 보태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 희망 가득한 한 해가 되시길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2026. 1. 1.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류 진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