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격대장’ 황유민의 호쾌한 샷을 눈앞에서 지켜보면 누구나 “와~”하며 함성을 내지른다. 키 163㎝, 체중 55㎏의 작은 체구에서 어쩌면 그토록 힘찬 스윙이 나올까싶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열린 2024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상 시상식에 참가한 황유민도 이같은 반전 매력을 자랑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동료들과 달리 단정한 검정색 수트 차림의 그에게선 시즌 내내 후원사 모자를 눌러쓰고 경기하던 프로선수의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영락없이 풋풋한 소녀 티의 대학생(한체대)인 그가 필드에만 나가면 180도 다르게 변신한다니.
황유민이 데뷔 2년 만에 KLPGA 최고 인기선수로 뽑힌 비결은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에 있었다. 황유민은 KLPGA가 홈페이지 회원가입을 통해 중복 투표를 배제하고 실시한 팬 인기투표에서 참가자의 20.69%인 8558표를 얻어 박현경(6946표), 윤이나(6467표)를 넘어 최고인기 선수에 올랐다.
평소 열성팬들을 몰고 다니는 박현경, 윤이나 등을 넘어 황유민이 인기상의 주인공이 된 것은 다소 뜻밖의 결과일 수 있다. 평소 필드에서 응원하는 그의 팬클럽 회원들은 그리 요란하지 않고 겉으로 잘 드러나지도 않는 편이기 때문이다.
매년 KLPGA 인기상 투표는 평소 여자골프를 즐겨보는 일반 ‘찐팬’들이 많이 참가한다. 황유민은 데뷔 첫해 1승을 거두며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을 알린 지난해 인기투표에서도 2위에 올랐다. “제가 인기상 2등이 된게 놀라웠고 기뻤다”는 그는 1승을 더하고 상금 4위(10억 5104만원), 대상 7위에 오른 올해 마침내 주인공이 됐다.
황유민의 플레이가 많은 팬을 사로잡는 가장 큰 이유는 체격을 극복하는 호쾌한 장타와 이를 바탕으로 돌아가지 않고 핀을 향해 샷을 날리는 ‘닥공플레이’ 덕이다. 스스로 돌격대장이라는 별명을 좋아하는 황유민은 시상식에 앞서 인터뷰에서 “작은 체격인데도 장타를 치고, 공격적인 스타일의 플레이를 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스스로의 인기 비결을 짚었다.
지난해 장타 2위(평균 드라이브 257.1야드)인 그는 올해도 장타 4위(253.7야드)로 변함없는 파워를 발휘했다. 방신실(256.2야드), 윤이나(254.9야드), 이동은(254.1야드) 등 모두 170㎝를 넘는 경쟁자들에 비해 황유민은 탄탄한 하체와 지면 반력을 이용한 스윙으로 체격 열세를 극복한다.
필드에선 그토록 당당한 그도 시상대에서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황유민입니다”라며 입을 연 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머리 속에 준비한 수상소감을 말하다 두 차례 멈추고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폭소와 함께 더 큰 격려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많은 팬들이 직접 주시는 상이라 더 감사하다”며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골프를 칠 수 있어 저는 진짜 행복한 사람이고, 그 만큼 더 나은 황유민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유민은 올해 국내 개막전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일찍 우승해 다승을 기대하게 했지만 두 번째 우승을 이루진 못했다. 고비에서 가끔씩 터지는 드라이브 실수가 여전했고 평소 자신있어 하는 쇼트게임도 아쉬웠다. 미국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는 황유민은 “올해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 내년에 더욱 성장하겠다”며 알찬 동계훈련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