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터 마약까지… 범죄 유통망 된 ‘해외직구’

2024-09-20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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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달러 이하 無신고 ‘목록통관’ 악용 최근 3년간 불법·위해 물품 적발 건수 18만5천175건 달해… 대책 마련 시급

#1. 올해 6월 부천의 한 도로에서 화약총을 난사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운행 중인 차량 조수석에 탄 채 창문을 열고 화약총을 여러 차례 발사했다. “젊은 남성이 창문을 열고 권총 같은 걸 쏘고 있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해 인근 사거리에서 그를 검거했다. 경찰은 당시 그가 소지하고 있던 화약총과 BB탄총 등 총기 2정을 발견했는데, 해외로 구매한 총기로 확인됐다.

#2. 최근 A씨(38)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미국에서 파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인터넷으로 구입했다. 해외 직구 사이트엔 한글로 안내가 돼 있었고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후기도 있었기에 의심 없이 주문을 했다. 하지만 보조제를 먹은 A씨는 어지러움과 두통 등을 느꼈고 뒤늦게 해당 약에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신경안정제 성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외국의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해외 직구’가 활성화되면서 악용 범죄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 직구 즉, 간소화 통관 절차인 ‘목록통관’은 150달러 이하(미국발 물품은 200달러) 수입물품의 관세·부과세를 면세하는 제도다. 이를 이용할 경우 관세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이상 운송업자가 송하인·수하인 성명과 주소, 국가 등 통관목록을 제출하면 수입 신고 없이 통관이 가능하다.

과거 국경 간 거래가 활발하지 않던 시절 세관 부담 등을 고려해 경제적 대가 없는 개인 간 선물 등은 면세한다는 판단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전자상거래가 보편화되면서 면세 혜택을 받는 제도로 변질됐다.

이 때문에 실제 물품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신고의 진위와 물품의 유해성 등을 확인할 수 없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목록통관을 신고한 수입 화물 중 불법·위해 물품으로 적발된 건수는 총 18만5천175건에 달한다. 올해 6월까지만 해도 3만5천939건이 적발됐다.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물건을 수입한 뒤 되팔거나 국내에서 마약으로 취급되는 물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물건을 관세청에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택배 겉면에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기재돼 있지 않아 미리 발견하기 어렵다”며 “해외 사이트의 협조를 통해 국내에서 마약이나 유해 물질로 취급되는 것들을 구매 과정에서부터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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