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의 수혜자와 희생자

2025-04-08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추진하는 관세 정책은 미국 소비자에게 실질적 부담을 안긴다. 관세가 미국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계산하기 쉽다. 2024년 미국의 수입 규모는 GDP의 약 11%였다. 실질 관세율이 10%포인트 오르면 물가는 약 1.1%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인상의 결과는 단순히 물가 상승에 그치지 않는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관세는 기업의 가격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그 부담을 전가할 대상을 결정한다. 특히 관세의 2차 효과, 즉 간접적 파급력이 미국과 교역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외국 기업들과 미국 내 시장에서 경쟁하는 미국 제조업체들은 두 가지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첫째, 시장점유율 확대다. 미국 기업이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되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전략이다. 관세로 인해 외국산 제품 가격이 오르고, 그만큼 미국산 제품은 가격 경쟁력을 얻게 된다. 소비자가 외국산 대신 미국산을 선택하게 되면서 미국 기업의 판매는 늘고, 반대로 외국 기업의 매출은 준다. 결과적으로 수출국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

둘째, 이윤율 확장이다. 외국산 제품 가격이 관세로 인해 오른 만큼, 미국 기업도 자사 제품 가격을 함께 올릴 수 있다. 미국 기업이 판매량은 유지하면서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경우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들도 기존과 비슷한 가격과 물량을 유지할 수 있기에 큰 타격은 피한다. 관세 부담이 수입업체가 아닌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는 같은 제품을 더 비싼 값에 사야 하고, 미국 기업은 더 많은 이윤을, 정부는 더 많은 세수를 챙긴다.

이러한 구조는 실제 사례로 확인된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2023년 초까지 이어진 이 정책을 기회 삼아 미국 제조사들은 자사 제품 가격을 관세만큼 인상했다. 그 결과, 미국에 수출하는 업체들의 판매량은 예상보다 크게 줄지 않았다. 물론 팬데믹으로 무역 흐름에 일시적 왜곡이 있었던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2022년 한국산 세탁기의 미국 수출액은 2017년보다 약 3배 증가했다.

관세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한다. 관세를 포함해 세금이 오르면 구매력이 줄어든 소비자의 지출이 줄고, 이는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면, 미국 소비자들 부담이 커지는 반면 그만큼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피해를 일부 완화할 수 있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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