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 스님 “유네스코 등재 금강산 1만2000봉에 8만9암자 있어…공동 법회도 가능“
정 장관 “남북, 그동안 서로 죽는 길로 온 것 아닌가 생각…'자리이타'의 정신 필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4일 만난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은 금강산의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 북한에서 원산 갈마지구와 금강산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한다면 불교계가 관광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금강산 1만2000봉에 8만9암자가 있다고 할 정도로 사찰이 많다. 사찰과 자연스럽게 연관지어 접근하면 북에서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내년쯤 조계사 위주로 공동 법회를 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정 장관은 “불교계가 (남북관계 개선에) 큰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다”면서 “우리가 ‘선’을 취하면 저쪽도 ‘선’으로 응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북한 측이 신청한 금강산을 세계유산으로 확정했다. 북한이 금강산 등재를 신청한 지 약 4년 만이다. 이번 등재로 북한의 세계유산은 3건으로 늘어났다.
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조계사 템플스테이 홍보관을 방문해 진우 스님을 만났다. 취임 후 유흥식 가톨릭 추기경을 접견한 뒤 두 번째 종교 지도자와의 만남이다.

특히 진우 스님은 “통일부와 유기적으로 소통하면서, 북한에서 오히려 정부와 직접 하는 게 곤란하다고 하면 우리를 통해서 하면 된다”는 말도 해 불교계가 남북관계 개선에 중추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장관은 진우 스님을 예방한 뒤 취재진을 만나 “불교에 ‘자리이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공존하는 정신이 있다. 진우 스님이 늘 강조하시는 철학인데, 지금 한반도 상황과 딱 부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은 그동안 서로 죽는 길로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남북은 지금이라고 발길을 돌려서 서로 사는 길로 가야 한다. 남북은 '불일불이'(不一不二·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다)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하나가 아닌 것은 현실이지만, 또 둘이 아닌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이고 가지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장관은 앞서 유 추기경이 바티칸에서 온 친구 신부와 함께 판문점을 방문하려다가 유엔사의 불허로 무산된 일을 다시 언급하며 “유 추기경께서 굉장히 안타까워하셨고, ‘이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라는 말씀도 하셨다. 판문점 관리는 유엔사의 책임이지만 비군사적이고 평화적인 방문과 이용에는 영토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우리군에 의해 남북 접경지역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가 철거된 것과 관련해선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서 대북확성기 방송이 중단됐고, 그 연장선상에서 확성기 철거 조치는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남북 간 제일 핵심 문제는 신뢰다. 완전히 신뢰가 없어졌다”며 “(대북확성기 철거는) 그런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조치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