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오광수 문화전문기자=김용익소설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수상한 심아진 작가의 소설집 '안녕, 우리'(상상)가 출간됐다. "기대기에 너무 쉬운 양극단만이 우리 생의 자리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작가는 선악의 이분법으로 정의할 수 없는 다채로운 인간상을 그렸다.

심아진 작가는 선악의 회색 지대에 위치한 존재를 소설에 등장시키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 사유한다. 한 번에 여러 여자를 만나는 남자('불안은 없다'), 양면적 모습을 지닌 외국인 노동자('혹돔을 모십니다')는 올바른 사람이라고 평가되기 힘든 인물들이다. 그러나 심아진 작가는 이러한 사람을 소설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실제 인간의 삶을 소설 속에 담아내고 있다.
실제에 가까운 인물들을 소설 속에 구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인간 존재가 정의되는 기원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커피와 하루'에서는 이름을 감추었을 때 개인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모습을 묘사한다. '안내'는 주변 사람을 따라 개인이 점점 변화되는 모습을 조망하는 작품이다.
'진짜 나'를 찾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 관계 속에서 주체성을 발견하려는 작가의 시도가 눈길을 끈다. 작가가 이토록 치열한 갈등으로 현실을 그려내는 것은 그가 인간 존재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낭만적이면서도 비참하고, 분명하지만 허망하게 그려지는 '안녕, 우리'의 사랑은 냉정하지만 현실적이고 본질적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사여구를 걷어내고 본질을 바라보려는 작가의 태도는, 역설적으로 독자들에게 차갑고 불안한 현실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준다. 소설가 구병모는 '안녕, 우리'에 대해 "속도의 시절일수록, 우리에게는 그것을 지연시키는 해학의 묘가 필요"하며, 자신은 심아진 작가의 소설 안에서 "그것을 발견했다"고 평했다. 서하진 소설가 역시 "애틋하고 짠하고 사랑스러운 우리의 이웃들을, 그들의 시간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며 '안녕, 우리'를 호평했다. 값 1만 6천 원.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