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의 행복
올해 97세 단골의 주문을 식당 직원들은 단박에 알아차렸다. 그의 점심 밥상은 기자들에게만 수수께끼였다. ‘오늘의 추천 메뉴가 따로 있나?’
백수(白壽)를 앞둔 노인 앞에 놓인 건 티라미수 케이크와 우유였다. 취재진이 주문한 갈비찜이나 비빔밥과는 대조됐다. “정말 이것만 드신다고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주인공, 조완규 서울대학교 전 총장이다. 1946년 서울대에 입학한 생물학과 1세대, 1987년부터는 4년간 모교 총장을 지냈다. 지금은 국제백신연구소(IVI)에서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그의 식사는 포크질 몇 번 만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평소 점심 약속이 없을 땐 사무실에서 우유나 주스 한 잔으로 때운다고 했다. 아침식사도 빵 한 조각과 오렌지 주스로 간단히 먹는다.

이렇게 적게 먹는데, 발걸음은 어째서 활기찰까? 조 전 총장은 사무실 곳곳을 가볍고 빠른 걸음으로 누비고 다녔다. 취재진을 앞서 나가 출입문을 붙잡아주는 ‘매너 손’까지 선보였다.
급기야 서울대 후문을 런웨이로 만들었다. 야외 사진 촬영에서 그는 꼿꼿한 허리와 반듯한 어깨로 ‘모델 포스’를 풍겼다. 30분을 훌쩍 넘긴 촬영이 지칠 법도 한데 어려운 포즈도 척척 했다.

그는 “삼시세끼 다 잘 챙겨 먹었으면 결코 장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식사뿐이 아니다. 반세기 넘게 똑같은 운동을 하는 등 철저한 루틴(routine)을 지키고 있었다.
〈100세의 행복〉 4화는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의 ‘독한 루틴’을 파헤쳤다.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삶이 갑갑해 보인다고? 오히려 그는 자유를 얻었다. 건강도, 삶에서도 주도권을 쥔 그의 비결을 더중앙플러스 독자들에게 공개한다.
목차
📌 “총장님 단골 메뉴” 서울대서도 유명한 그 밥상
📌 공원 노인들 다 홀렸다… 1년 내내 굴곡 없는 이 루틴
📌 건강을 위해 지금 당장 끊어야 할 것
📌 맘대로 안 되는 인생, 주도권 잡는 법
※〈100세의 행복〉 다른 이야기를 보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① 매일 이것에 밥 말아 먹는다… 105세 김형석의 ‘최애 반찬’
② 100세에 히말라야 떠난다… 한 눈 잃은 장인의 강철 멘털
③“폐암입니다” 1년 뒤 되레 팔팔했다… 101세 대주교의 비밀
“총장님 단골 메뉴” 서울대서도 유명한 그 밥상

100세 노인의 특별한 점심 메뉴는 서울대에서 유명했다. 손님이 오면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식사를 대접하기 때문이다. “내가 총장 시절 건립했다”는 이곳에서 어느덧 35년째다.
그에게 티라미수를 가져다준 직원은 “총장님은 거의 오늘처럼 간단하게 드신다. 가끔 시장하실 때는 ‘파스타 절반만 달라’고 주문하신다”고 말했다.
저녁에도 소식을 지킨다. ‘일반식’을 하되 보통 어른 식사량의 3분의 1 정도만 먹는다. 적은 양을 먹다 보니 굳이 나쁜 음식을 찾지 않는다.
음식 재료는 그가 직접 챙긴다. 퇴근길에 마트나 시장에 들러 그날 당기는 음식이나 신선한 제철 재료를 소량 구입한다. 재료를 집에 가져가면 도우미가 요리해 준다. 대개 밥과 반찬, 국 한 종류를 차린다.
그가 극단적 식단관리를 하게 된 건 30대 젊은 나이에 찾아온 병 때문이었다. 잃고 나서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게 건강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관리하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