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식음료업계가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corporate bonds)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2월까지 총 4개의 식음료 기업이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들 모두 예상 대비 많은 금액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K-푸드가 유행하고 있고 국내에서 가격 인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영업이익 개선과 재무 안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월(누적) 기준 회사채 발행 식음료 기업은 ▲대상 ▲동원산업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이하 롯데칠성) 등 4곳이다.
회사채는 통상 신용등급 'AAA(원리금 상환가능성 최고수준)'부터 'D(상환불능상태)'까지 10단계로 나뉜다. 이번 조사는 AAA 바로 아래 단계인 'AA+~AA-(원리금 상환가능성 매우 높음)'를 기준으로 했다.
회사채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일명 ‘사채’라고도 불린다. 기업은 회사채 공모를 위해 금융감독원에 유가증권 발행신고서를 제출하고, 일반 대중을 상대로 회사채를 발행(공모)하거나 특정 개인과의 개별적 접촉을 통해 회사채를 매각(사모)한다.
회사채는 계약에 따라 일정한 이자가 지급되며, 만기일에 원금이 상환된다. 따라서 회사채에는 지급할 이자, 만기일, 만기일에 지급할 원금 등이 표시된다.
회사채는 발행 기업의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커질수록 발행금리가 올라가고, 반대 경우에는 발행금리가 내려가 기업의 신용등급에 민감하다.
◆ 대상, ESG 채권 발행해 중소협력사 금융 지원…동원산업, 운영자금 활용 예정
올해 가장 먼저 회사채를 발행한 곳은 대상이다. 대상의 신용등급은 'AA-'이며 회사는 지난 1월16일 ESG채권(사회적채권) 등 발행을 공시했다.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다.
구체적으로 300억원(2년물), 1천900억원(3년물)이며, 표면 이율은 각각 2.974%, 3.143%다. 이 중 300억원(제148-1회 무보증사채)은 ESG채권이다.
ESG채권은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동반성장 펀드 조성 및 물품대금 조기지급, 사회공헌활동 등을 목적으로 하며 단기적인 영업실적 또는 재무성과 제고를 위해 발행되는 것이 아니다.
대상은 이번에 확보한 발행자금 2천200억원 중 3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1천90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미 1월에 2천200억원 규모의 채권 만기가 도래했는데, 1천900억원 외 나머지 금액은 자체 자금 등을 통해 조달했다.
아울러 운영자금 300억원의 경우 중소협력사 대상 금융지원(동반성장 펀드 조성 및 대금지급주기 단축),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할 계획이다.
대상은 2년물 2천400억원, 3년물 1조1천100억원 등 총 1조3천5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모집액의 7배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회사는 발행 규모를 500억원 확대했다.
아울러 회사는 지난해 1월에도 회사채를 발행해 1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박경민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다각화된 제품 구성과 우수한 시장지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사업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주력 품목의 우수한 시장지위와 다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동원산업도 지난 1월21일 2천억원대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동원산업의 신용등급도 'AA-'로, 대표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회사는 3년물 1천400억원, 5년물 6천억원을 각각 발행했으며 표면 이율은 3.045%, 3.153%다.
동원산업도 이미 1월에 4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다. 이에 3년물 1천400억원 중 1천억원은 운영자금, 40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하고 5년물 600억원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운영자금의 경우 유류대, 원어 구매대 등에 사용된다.
동원산업 또한 앞선 수요 예측에서 목표액의 7배가 넘는 7천650억원을 기록하며 회사채 발행규모를 1천억원에서 2천억원으로 증액했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금리도 낮아졌다. 3년물과 5년물 모두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 금리) 대비 15bp(1bp=0.01%p) 낮은 수준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박 선임연구원은 "동원산업은 2022년 공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한 이후 매출 외형 및 사업 다각화 수준이 제고됐다"며 "사업다각화 등을 바탕으로 안정화된 수익창출력에 기반해 우수한 수준의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롯데웰푸드·롯데칠성, 채무 상환 사용 계획…롯데그룹사 내 인기 회사채 등극
지난달에는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이 회사채를 발행했다. 먼저 롯데웰푸드의 경우 신용등급은 'AA0'이며 지난달 5일 회사채 발행을 공시했다.
구체적으로 3년물 2천억원, 5년물 500억원이며 표면 이율은 각각 3.012%, 3.102%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이다.
회사는 지난달 말까지 총 2천500억원의 사채 만기가 도래했다. 이에 이번 회사채 공모 금액 전체를 채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앞서 수요예측에서 3년물 1조6천500억원, 5년물 4천200억원의 주문이 접수되며 목표액의 10배인 2조7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500억원을 증액해 발행했다.
구정원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제과사업에서 선도적 지위를 보유한 가운데, 2022년 롯데푸드와의 합병으로 식품사업 포트폴리오가 더욱 강화됐다"며 "투자 확대에도 우수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롯데칠성의 신용등급은 'AA0'으로, 지난달 28일 2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주관사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이다.
구체적으로 1천700억원(3년물), 300억원(5년물)이며, 표면 이율은 각각 3년물 3.043%, 5년물 3.097%이다.
롯데칠성은 이번에 확보한 자금 전액을 채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오는 4월11일 2천350억원의 채무 만기가 도래하는데, 회사채를 통해 확보한 2천억원과 자체 자금 등으로 350억원을 조달해 채무를 상환할 예정이다.
롯데칠성은 롯데그룹 중 가장 인기 있는 회사채로도 알려져 있다. 이미 지난해 2번의 회사채 공모에서도 흥행을 기록했다.
또 회사는 이번에 당초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수요 예측에서 3년물 7천400억원, 5년물 2천300억원 등 모집액의 10배에 가까운 총 9천7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발행규모를 2천억원대로 증액했다.
구 선임애널리스트는 "국내 음료·주류 시장 내 우수한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음료와 주류 부문에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는 등 회사 전반의 영업수익성이 개선됐다"며 "이에 중단기적 투자 지출 확대 전망에도 현 수준 재무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2월(누적) 회사채 발행 기업, 전년 동기간 대비 2곳 증가…향후 전망도 '맑음'
올 2월(누적) 회사채 발행 기업을 분석해 보면 전년 동기간 대비 2곳이 늘었다. 지난해 2월(누적)에는 대상과 롯데웰푸드 밖에 없었다.
올 2월(누적) 기준 회사채 발행 금액이 가장 많았던 곳은 롯데웰푸드(2천500억원)다. 이어 대상이 2천200억원, 동원산업과 롯데칠성이 각각 2천억원이었다.
같은 기준 회사채 총 발행금액은 8천700억원으로 전년 동기간(3천억원) 대비 190% 증가했다. 평균 역시 전년 동기간(1천500억원) 대비 45% 오른 2천175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식음료 기업의 경우 전세계적인 K-푸드 유행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원재료 압박 상황 속 가격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이는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식음료 기업들은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 부담이 증가하고 각종 비용도 늘며 실적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최근 라면, 스낵, 음료, 주류 등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 기업들의 국내 수익성 개선과 실적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청년일보=신현숙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