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평화의 빛 마음껏 뿌려주소서

2025-04-22

가장 존경받았지만 가장 무거운 십자가를 진 인류의 영적 스승. 가난하고 아픈 이, 고난받는 이들의 성자가 되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2025년 4월21일 선종하셨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 광장에 모인 군중에게 “형제, 자매 여러분 행복한 부활절”이라는 강복을 하시고 하루 만에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제게 특별한 추억을 남겨주셨습니다. 2022년 11월16일 아침, 교황청의 국가원수를 만나는 클레멘스 8세 홀에서 교황님께서 제 손을 잡고 축성하신 후 ‘엄지척’을 해주셨습니다. 유흥식 추기경님께서 저를 소개하며 한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작가이고 137권의 책을 발간했으며, 논산에 김홍신문학관이 있고 국회의원까지 했다고 하시자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교황님의 특별 초청을 받은 것은 ‘유네스코 기념 인물’에 선정된 김대건 성인의 탄생 200주년 기념 영화 <탄생> 덕분이었습니다. 논산 대건고 출신인 유흥식 주교님께서 고향 후배 남상원 회장(아이디앤 플래닝그룹)이 제작한 김수환 추기경님의 어린 시절을 그린 영화 <저 산 너머>를 유심히 보시고 김대건 성인의 영화 제작을 권유하셨습니다.

불교 신자였던 남 회장은 ‘피할 수 없는 소명’으로 받아들여 150억원을 투자하고 영화 <탄생>을 제작하며 가톨릭 신자가 되었습니다. 그의 무주상보시 정신은 곧 교황님께도 알려졌고, 교황님과 추기경님의 회의 장소인 뉴시노드 홀에서 역사상 최초로 영화 시사회를 했습니다. 주교황청 각국 대사, 성직자, 로마에 유학 또는 연수 중인 한국의 신부님과 수녀님 등 200여명이 관람했습니다. 시사회를 마치자 “한국 교회와 한국인에게 영광 있으라”는 축하 메시지가 울려 퍼졌습니다.

2022년 11월16일 아침, 유흥식 추기경님께서 우리 일행을 안내하여 영광스럽게도 국가원수를 만나는 클로멘스 8세 홀에 입장했습니다. 교황님은 남상원 회장 내외의 손을 잡고 축복하시고 영화 자문위원인 박유진 신부님(가톨릭문화원장)과 제게 축복하고 묵주를 주셨습니다. 이어 박흥식 감독과 주연 배우 윤시윤을 비롯한 배우들에게도 일일이 축복을 해주셨습니다.

늘 웃으시는 교황님의 첫 말씀은 “한국인은 문화 민족이다”였으며 40여분 동안 한국인의 예술, 경제력, 미래를 내다보는 진취성을 설파하셨습니다. 수준 높은 민족성, 인간으로 아름답고 그리스도인으로도 아름다운 김대건 성인을 강조하시어 ‘한국인은 미소 지을 줄 아는 민족이고 미소는 좋은 메시지이며 수준 높은 외교’라고 하셨습니다. 전쟁의 아픔을 겪었지만 극복하고 미소를 품을 수 있어서 고맙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메모하며 한국인으로 태어난 게 황홀하다고 기록했습니다. 교황님의 마지막 인사 말씀은 “늘 웃으세요”였습니다.

이 모든 영광의 연출가는 바로 유흥식 추기경님이었습니다. 교황님의 허락을 받는 것부터 모두 챙겨주신 뜻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교황님께서 유흥식 추기경님의 정성과 신심, 열정과 정진을 믿었기에 2023년 9월16일 바티칸엔 또 한 번 대한민국의 정신사가 장중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오후 3시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김대건 성인의 성상 축성 미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장중한 성가와 종소리와 함께 유흥식 추기경님께서 입당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특별 미사, 김대건 성인의 순교 177주년에 성상을 모시는 역사의 현장에 우리 일행은 무릎을 꿇었습니다. 600여년 동안 비어 있던 벽감에 1980년대 들어 바오로 2세 교황께서 수도회를 창설한 성인들 중 역사적으로 인정받은 성인들의 성상을 모셨습니다. 그동안 아랫단 벽감은 모두 성상으로 채워졌고, 대성당 출입구 쪽 윗단의 벽감 한 군데가 비어 있습니다. 바로 그 자리에 동양인 최초이자 수도회를 창설하지 않은 김대건 성인의 성상이 높게 올려졌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을 담당하시는 추기경님께서 “윗단에 오르셔 아랫단의 모든 성인을 내려다보시는 성인이 되셨다”고 했습니다. 저는 한국인의 긍지와 자랑거리를 천하에 공개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성상의 높이는 3.7m, 지상에서 높이는 5.4m에 이르는 웅장한 모습입니다. 한진섭 조각가는 34t의 대리석을 5개월간 찾아다녔고, 30t을 깎아낸 정성으로 4.2t의 김대건 성상을 만들었습니다.

교황님의 삶은 가난한 이들, 아픈 이들, 고난받는 이들, 소외당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장 낮은 곳에 두고 기도와 축복을 하셨습니다. 가장 무거운 십자가를 지신 성자가 되셨습니다. 저는 2023년 9월18일 클로멘스 8세 홀에서 우리에게 전한 “한국인들은 모두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입니다”를 제 가슴에 영원히 쟁여 두겠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하느님의 오른편에 오르시어 인류의 평화와 사랑과 용서의 빛을 마음껏 뿌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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