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계 “전광훈 출교하고 손현보 징계하라”

2025-05-04

[주간경향]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의 정치 행보를 놓고 개신교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두 사람은 탄핵 반대 집회를 조직하고 대중 동원을 주도했다.

특히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배후로 전광훈 목사가 지목되면서 개신교는 극우 정치의 첨병처럼 인식되기 시작했고, 개신교 내부에서는 자성의 움직임과 함께 이들의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목회자와 신학생 등 주요 단체와 교단에서는 공개적으로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이 결정되면서 전광훈·손현보 목사가 주도하는 광장에서의 선동도 소강상태에 이른 듯했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헌법재판소 해체와 국회 해산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손현보 목사는 전라도 지역을 거점으로 정치 집회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정치적 행보가 대선 기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광훈, 기독교 안에서도 이단아 취급”

이들에 대한 기독교계의 출교 및 징계 요구도 본격화됐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지난 1월 ‘한국교회는 초법적 폭력 사태를 주동하는 전광훈을 당장 출교 제명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기숙영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전광훈 목사에 대해 “이미 2019년도에 본인이 속했던 교단(예장 백석대신)에서 파직당했다. 기독교 안에서도 이단아 같은 취급을 하고 있다”라며 그가 개신교계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임을 지적했다. 파직 이후에도 다시 출교와 제명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기 사무국장은 “개신교는 천주교처럼 중앙집권적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전광훈 목사가 교단 밖에서 스스로 목사직을 유지하는 한 제도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교와 제명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 교회 전체가 전광훈을 더 이상 목사로도, 기독교인으로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동의 입장을 분명히 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손현보 목사의 경우 전광훈 목사와는 달리, 여전히 정식 교단인 ‘예장 고신’에 소속돼 있다. 기독교계 일각에서는 고신 교단의 자정 노력이 작동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전개 양상이 다르다고 보고, 교단 차원의 조치가 우선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신을 사랑하는 성도들의 모임’은 손현보 목사의 정치적 발언과 설교 내용에 대해 신학적 비판을 제기하며, 성명 발표와 서명운동을 통해 교단 총회에 공식적인 징계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2월 20일에는 고신총회회관 앞에서 고신 교계 목사들이 손현보 목사 징계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부산, 광주, 대구 등지에서 지역별 간담회를 개최하며 손현보 목사의 설교와 정치 행보에 대한 우려를 교단 내부에 확산시켰다. 그 결과 교단의 지역단위 기구인 노회 3곳에서 공식적으로 손현보 목사의 설교에 문제제기를 했고, 오는 9월 열리는 전국단위 총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김승무 ‘고신을 사랑하는 성도들의 모임’ 교육간사는 “지금 이 사안은 교단 내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총회를 20년 가까이 다녔는데, 이처럼 3개의 노회가 동시에 문제를 제기해 안건으로 다룬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손 목사에 대해 교단 내에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종교 간의 벽을 넘어선 연대 움직임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4월 23일 개신교를 비롯해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등 5대 종단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범종교개혁시민연대’는 전광훈 목사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공동 대응에 나섰다. 박광제 범종교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전광훈 목사 문제가 도화선이 되어 종교단체들이 연대하게 됐다”라며 “‘정교 유착’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모인 것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발언 이후 처음”이라고 연대의 의미를 설명했다.

교단 노회 3곳에서 손현보 문제제기

교회 내 정치 개입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인식과 기준을 확인할 수 있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교회총연합(이하 한교총)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2024년 10월 25일부터 11월 6일까지 기독교 오피니언 리더 14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한국 교회가 현재 정치적으로 중립적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21%만이 ‘중립적’이라고 응답했고, 79%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교회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정치적 중립을 교회가 준수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예’라고 응답한 비율이 81%, ‘아니오’라고 응답한 비율이 19%였다.

교회는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정치 편향적 행보로 인해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숙영 사무국장은 “목사의 설교에 의존하는 신앙”이 강한 한국 교회의 특성상, 강단의 정치적 메시지가 교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런 것들 때문에 싫어서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청년들의 이탈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김진수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총무는 “대부분의 청년이 교회에서 정치적인 것에 대한 반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들에 동의해서 교회 안에 있는 청년들도 있겠지만, 남아 있는 청년 중에도 반감은 있지만 신앙으로 남아 있는 청년이 많다”라고 말했다. 김 총무는 “전광훈 목사나 손현보 목사의 사례는 오랫동안 한국교회 전반에 퍼져 있던 정서들, 기복주의 신앙이나 과도한 신비주의 성향이 정치세력과 결합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비상식적이고 반사회적인 기독교 일각의 흐름을 지금까지 무시해왔다. ‘우린 저들과 다르다’ 정도로 계속 백안시한 결과라고 생각해 반성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들을 비판하며 조용히 떠나는 교인들보다, 오히려 강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일부 목회자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세력이 집단적으로 결집하고 스피커를 점유함으로써 교회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양상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목회자는 여전히 극우 목사 추종

김승무 교육간사는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세계로교회의 교인 수가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존 교인들이 많이 나간 반면, 정치적 성향이 유사한 새 교인들이 몇 배로 유입됐다”며 “결과적으로 세계로교회는 부산·경남 지역의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세력이 해당 교회로 결집하면서 더 큰 교회로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교단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평신도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동시에 여전히 이들을 공개적으로 옹호하거나 동조하는 목회자들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기숙영 사무국장은 “전광훈 목사는 이미 파직을 당한 상태라 출교를 촉구하는 게 다소 공허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교단 내에 추종자들이 있기 때문에 그와 같은 성명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류 교단이 공식적으로 전광훈에 선을 긋더라도, 그 교단에 속한 일부 목회자들과 그들과 유사한 정치적 성향을 공유하는 교회들이 여전히 그를 지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전광훈의 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목회자들이 항의 전화를 걸어오는 등 반발이 많았다”고 전했다.

손현보 목사가 목회자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병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대표는 “계엄 정국 당시 일반 교인들은 대체로 국민 여론과 비슷한 입장을 취했겠지만, 교계 지도층이나 교권을 가진 인사 중 상당수, 대략 70~80%는 손현보 목사에게 동의하고 지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손현보 목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하지만, 일부 목회자들은 여전히 그를 지지하거나 그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기윤실은 교회와 개인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기독교 시민단체이다. 정 대표는 기윤실이 손현보 목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자 상당수의 교회가 후원을 철회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기독교는 역사적으로 사회의 불의에 저항하고 약자의 편에 서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기숙영 사무국장은 “교회가 세상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으며, 오히려 건강하게 잘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는 참여의 방식과 내용이다. 기 사무국장은 현재 일부 목회자들이 보여주는 행태는 “목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정치 참여”이며, 이는 건강한 참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교회의 정치 참여는 특정 이념이나 정파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과 정의라는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수 총무는 “모든 인간의 활동은 본질적으로 정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설교 역시 예외가 아니다”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설교가 어떤 가치를 담고 추구하느냐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설교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비호하는 도구가 돼서는 안 되며, 오히려 선지자적 전통에 따라 생명, 정의, 평화의 가치를 일관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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