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따라 챗GPT가 생성한 지브리 풍의 프사를 올리는 밈(Meme) 열풍이 대단하다. GPU가 녹는다며 읍소하지만, 당사의 분기 수익은 30%나 증가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널리 알려진 미야자키 하야오의 스튜디오 지브리는 '고맙기는 한데 민폐'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저작권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표절'이란 저작물에 대한 원저작자의 사용 허가, 출처 표시나 인용 없이 텍스트·아이디어·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해 자신의 것으로 둔갑시키는 행위다. 책·논문 저술이나 영화 각본 작성을 위해 챗GPT에 너무 의존하면 표절의 도가 지나쳐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
문제를 방지하는 첫걸음은 참고문헌의 명기다. 이는 원저자에 대한 경의의 표명이자 피인용물의 신뢰를 높여주고 관련 분야 탐구의 발판이다. 챗GPT는 사전에 학습한 방대한 텍스트 정보(사전·기사·서적·블로그) 소스를 일일이 알려주지 않기에 이용 시 유념해야 한다. 어느 정도 밝힐 것인가에 대한 기준은 고민이 필요하다. 훌륭한 멘토의 강연에서 '아까 말씀 중 와닿은 부분이 있는데 혹 출처를 알 수 없을까요?'라고 묻기는 곤란할 것이고 잡지·신문은 문단마다 출처를 명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대기적인 궤적이 중요한 역사 분야도 있다.
챗GPT 생성 내용 대부분이 타인의 주요 창작 결과라면 문제는 커진다. 저작권 소유자의 허가 없이 정보를 한정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공정 사용'은 유용한 출발점이다. 상표법에서는 브랜드 상품 로고의 무단 사용을 금하지만, 저작법에서는 타인의 저작물임을 밝히지 않는 과도한 표절을 문제시한다. 피인용 저작물은 부종적(附從的)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 피인용물에서 차용된 부분이 과도하게 많다거나 적은 양이라도 핵심적인 내용이 인용되어서는 아니 되며 그렇기에 수록 방법·형태(보족·부연·예증·참고자료 등)도 중요하다. 사람들이 원저작물과 비슷하게 인식하여 수요를 대체함으로써 수익을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대상이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용이나 공개 시 가치가 떨어지는 비공개 물, 소설·시와 같이 저자의 독창적인 세계가 드러나는 허구 작품일수록 민감해진다.
밈의 화풍은 누가 봐도 지브리의 주요 속성을 이용하지만, 재미로 하기에 해가 없다. 문제는 오픈AI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 수익을 잠식하지는 않지만, 밈의 입소문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챗GPT는, 내용은 손대지 않고 정보만 전달하는 종합포털, 이를테면 수화물만 안전하게 배송하는 택배회사가 아니라, 정보를 편집·구성하는 '출판사'와 흡사하기에 생성물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타인의 저작물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채 투입물로 이용하여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은 올바른 상도의라고 할 수 없다. 저작권의 정의·기준을 광의로 해석한 조속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법 적용 이전이라도 세계적 기업이라면 혁신과 자유 방임만을 내세우지 말고 솔선수범해서 타인의 창작물을 존중하며 윤리적 선을 지키는 선한 자세를 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