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일 앞둔 3일(현지시간) 현재 미국의 주요 5개 기관의 최근 여론조사 평균 수치는 일제히 ‘트럼프 우세’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승패를 가를 7개 핵심 경합주(swing state) 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곳에서 미세한 우위를 점하면서다.
그러나 누구도 결과에 대해선 섣불리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가 7곳 모두에서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7대 0으로 이길 수도, 반대로 트럼프가 7대 0으로 이길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뉴욕타임스(NYT)가 이날 공개한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트럼프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남부 '선벨트' 4곳 중 3곳에서 트럼프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트럼프는 해리스의 강세지로 분류됐던 북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3곳 가운데 2곳에서 해리스와 동률을 이루는 등 판세는 뚜껑을 열 때까지 알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경합주에 걸린 93명…해리스 44명·트럼프 51명 필요
중앙일보가 분석한 5개 기관의 여론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5곳 중 4곳은 북부 러스트벨트의 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미시간 등 3곳과 선벨트로 불리는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네바다 등 4곳 등 7곳을 경합주로 분류하고 있다. 더힐의 경우 최근 노스캐롤라이나를 트럼프의 우세지로 변경했다.
더힐을 제외한 4곳의 기준을 적용하면 538명의 선거인단 중 해리스는 지금까지 226명을 확보했고, 트럼프는 219명을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각주별 여론이 실제 선거에서 뒤집히기 어렵다고 판단한 지역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합한 숫자다. 이곳 7개 경합주엔 93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다. 당선을 위한 과반 270명까지 해리스는 중 44명, 트럼프는 51명을 더 확보해야 한다.
해리스 ‘북부 석권’ 시나리오 핵심 펜실베이니아
해리스의 당락은 펜실베이니아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5개 기관의 평균 지지율에서 해리스는 미시간(15명)과 위스콘신(10명)에서 미세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곳 두곳에서 해리스가 승리한다는 전제로, 펜실베이니아(19명)에서까지 승리한다면 해리스는 44명의 선거인단을 추가해 정확히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며 당선된다.
그러나 헤리스의 '러스트벨트 석권' 시나리오의 핵심인 펜실베이니아의 상황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5개 기관 모두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의 박빙 우세를 예상하고는 있지만, 모두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이다. 이날 NYT의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율은 나란히 48% 동률이었다. 당선 가능성 척도에서도 '538'은 펜실베이니아에서 두 사람의 당선 가능성을 나란히 50%로 봤고, '더힐'은 트럼프의 승리 확률을 54%라고 예상하며 이 역시 50대 50으로 갈렸다.
또 NYT의 조사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뿐만 아니라 해리스가 이길 것으로 예상됐던 미시간에서도 두 사람은 47%의 지지율로 동률을 기록했다. 위스콘신에서도 해리스(49%)와 트럼프의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하다.
펜실베이니아 진다면…선벨트 '빅2'가 승부 결정
만약 해리스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진다면 당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그러나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각각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등 남부 선벨트의 '빅2' 여론이 선거 막판 심상치 않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의 입장에서 펜실베이니아에 걸린 19명의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한 뒤 선벨트에서 19명 이상을 확보하려면 노스캐롤라이나(16명) 또는 조지아(16명) 한 곳과 네바다(6명)에서 동시에 승리해야 한다. 애리조나(11명)에서 승리하더라도 애리조나와 네바다만으로는 270명의 선거인단 확보를 위한 필요한 19명에서 2명이 부족하기 때문에 승부처는 조지아 또는 노스캐롤라이나가 될 수밖에 없다.
해리스의 입장에선 쉽지 않은 목표다. 538은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해리스가 승리할 확률을 각각 40%와 38%로 봤고, 더힐은 모두 35%로 분석했다. 반면 두 지역에서 트럼프의 승리 확률은 60%가 넘었다.
다만 NYT의 이날 조사에선 해리스가 네바다(49%)에서 트럼프를 3%포인트 앞선 것을 비롯해, 노스캐롤라이나(48%)와 조지아(48%)에서도 각각 2%포인트와 1%포인트 차로 트럼프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NYT의 조사결과가 선거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에서 패하더라도 선벨트를 사실상 석권하며 당선 기준점을 넘어서게 된다.
트럼프 ‘승리 공식’도 핵심은 펜실베이니아
지금까지 나온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치만 놓고 보면 트럼프는 해리스에 비해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7개 경합주 가운데 북부 미시간과 위스콘신을 제외한 5곳에서 박빙의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여론조사와 동일한 결과의 투표가 이뤄질 경우 트럼프는 287대 251로 당선된다.
그러나 트럼프 역시 지지율 평균에서 이기고 있는 5곳 중 어느 한 곳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펜실베이니아에서 패할 경우 트럼프는 선벨트에서의 선전 여부와 무관하게 낙선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에서 패한다면, 미시간과 위스콘신 중 최소 한 곳에서 승리해야 해리스의 당선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은 모두 해리스의 상대적 강세지로 꼽힌다.
미시간의 경우 여론조사 기관 5곳 모두 해리스의 우세를 예상했고, 위스콘신 역시 '1대 4'로 해리스가 여론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곳에서의 격차도 오차범위 이내다. 당선 가능성 면에서도 538과 더힐은 미시간에선 모두 해리스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지만, 위스콘신에 대한 전망을 전 반대로 엇갈렸다. 특히 선거 막판 나온 NYT의 조사에서도 트럼프가 가장 열세로 평가받아온 미시간에서 오히려 해리스와 동률을 기록하는 등 결과는 여전히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이겨도 장담 못해
만약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의 당선 확률은 상당히 높아진다. 상대적 우세지로 꼽혀온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만 승리하면 다른 주의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재선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5개 분석 기관의 여론조사 평균 집계에서 트럼프는 이들 두곳에서 상대적으로 해리스와 큰 폭의 격차로 우위를 점한 상태다.
그러나 NYT의 조사에서 트럼프가 이들 두곳의 경합주에서 막판 들어 해리스에게 밀리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승부는 또 다시 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만약 트럼프가 둘 중 한 곳을 내줄 경우 네바다(6명), 애리조나(11명), 위스콘신(10명) 등 3개 주 가운데 2곳 이상에서 승리해야 해리스의 당선을 막을 수 있다. 여론조사 평균치에서 트럼프는 이들 3곳 중 애리조나를 제외하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두 오차범위…해리스 압승·트럼프 압승 모두 가능
두 사람의 승부에 대한 경우의 수는 44가지에 달한다. 이 때문에 개표를 마칠 때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 박빙의 승부가 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7곳 경합주 모두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리스 또는 트럼프가 7개 전체 경합주를 석권하며 압승을 거두는 결과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실제 NYT는 현재 판세와 관련 “해리스가 러스트벨트 3곳과 네바다에서 승리하는 것을 전제로 276대 262로 당선되는 시나리오는 물론, 트럼프가 7개 경합주 전체를 석권해 312대 226으로 당선되는 시나리오 모두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