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지급 피하기 위한 '쪼개기 알바' 기승, 구직자들 한숨
전북 초단시간 근로자 10년 새 2배로 늘어, 2월엔 '역대 최고치'
"주휴수당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웬만한 아르바이트는 다 ‘쪼개기 알바’라고 보면 돼요. 풀타임 일자리 구한 사람이 신기할 정도죠.”
전주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김주미(23) 씨는 “알바(아르바이트)도 구직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한 달간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구직 플랫폼을 찾아봤지만 유의미한 소득은 없었다고 한다.
간신히 서류에 합격해 얻은 면접 자리에서도 고용주는 당연하다는 듯 쪼개기 알바 일정을 내밀었다. 여기서 말하는 쪼개기 알바는 아르바이트 시간을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쪼개어 고용하는 방식이다. 주휴수당, 연차휴가, 퇴직금 등이 적용되지 않아 사업주가 인건비를 절감할 때 고용하는 방식이다.
김 씨는 “쪼개기 알바로 일하면 한 달에 30만 원 조금 넘게 벌 수 있다. 그 돈으로 월세·생활비를 감당하기엔 부족해 결국 여러 곳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호(24) 씨도 알바 ‘N잡러’(다중 직업자)다.
평일 월·수·금에는 카페에서 3시간씩 일하고 주말엔 편의점에서 6시간씩 일한다. 일주일에 21시간 근무하지만, 주휴수당은 받지 못한다. 각각 다른 곳에서 쪼개기 알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원래 편의점에서 지금보다 오래 일했었다. 사장님이 매출을 이유로 알바 시간과 일수를 줄였다”며 “생활하기 위해선 알바를 더 구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방학이라 평일 알바를 구할 수 있었지만 개강하면 어떡해야 할지 고민이다”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 불황, 인건비 부담 등을 이유로 쪼개기 알바가 업계 관례로 굳어지는 추세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북 전체 취업자 중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7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4만 2000명)에 비해 약 2배 늘어난 수치다. 앞서 2월에는 10만 8000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초단시간 알바 공고는 알바 플랫폼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취업플랫폼인 '알바 천국'에 맞춤 알바 설정을 전주시 완산구로 설정하면 쪼개기 알바 공고가 상당수 게시돼 있었다. 한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아르바이트 근무 날짜는 화·수·목 3일로, 근무 시간은 각 3시간으로 제시돼 있다.
이 경우 근로자는 주 9시간 근무한 것으로 기록돼 주휴수당을 받을 수 없다. 고용주 대부분은 잘못된 방식인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경기 불황에 매년 올라가는 인건비까지 겹치니 사람 구하기가 만만치 않다. 진짜 필요한 시간대만 알바를 구하고 나머지 시간대는 전부 내가 일한다”고 토로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B씨도 “알바를 아예 구하지 않고 혼자 일한 지 벌써 1년이다. 전에는 시간대를 잘게 쪼개서라도 사람을 구할 수 있었는데, 이제 그마저도 쉽지 않다”며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쪼개기 알바라도 구하는 사장님들은 사정이 나은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최근 정부는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도 주휴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