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한국 사회를 바꾼 질투

2024-10-13

배우 최진실의 아들 최환희가 성인이 돼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를 보며 생을 마감했음에도 대중의 기억 속에 살아야 하는 스타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2008년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배우 최진실은 한국 사회에 역사적인 업적을 남겼다.

먼저 1989년 삼성 비디오테이프 레코더(VTR) 광고를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는 놓친 방송을 비디오테이프로 녹화해야만 볼 수 있었는데, 당시 삼성 제품의 모델이 최진실이었다. 광고에서 나온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말은 최진실을 대형 스타로 만들었다. 이 광고는 훗날 중요한 평가를 받았는데, 바로 여권신장의 신호탄이었다는 점이다. 남존여비의 유교 사상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사회철학이었다. 그런데 이 광고는 여성이 행위의 중심이었다는 점이 남달랐다. 즉 가정의 주인은 남자라는 생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최진실은 1992년 드라마에 출연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는데 그것이 바로 최수종과 함께 열연한 MBC 드라마 ‘질투’였다. 이 드라마는 두 남녀가 좋아하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서로 질투를 유발하는 티키타카(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는 대화)를 주고받는 내용이다.

‘질투’를 시작으로 한국 드라마시장에서 하나의 포맷이 된 것이 바로 ‘트렌디 드라마’라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사랑과 이별을 다룬 정통 멜로가 주류를 이뤘다. 그런데 ‘질투’는 톡톡 튀는 대사와 장면 전환으로 과거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새로움을 줬다. 이 형식은 사실 일본에서 유행하던 것이 국내에 유입된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암암리에 일본의 예능·드라마 등을 많이 참조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한국식으로 변형한 ‘질투’는 최진실·최수종의 뛰어난 연기와 더불어 인기를 얻었고, 케이(K)-드라마의 기반은 이즈음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이전과는 다른 변화였다. 특히 이 드라마는 주제가가 큰 사랑을 받았는데 바로 유승범이 발표한 동명의 제목 ‘질투’였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여기 눈앞에 서 있는데/ 날 너무 기다리게 만들지마 웃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마/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 그저 사랑의 눈빛이 필요할 뿐야/ 나의 마음 전하려 해도/ 너의 눈동자는 다른 말을 하고 있잖아.”

종편이 없던 시절 ‘질투’는 모두의 화젯거리였고, 한국 사회에 신선함을 가져다줬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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