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품 그룹 LVMH가 주요 주주로 참여해 2016년 설립한 L캐터톤은 버켄스탁·펠로톤·젠틀몬스터 등에 투자한 소비재 전문 사모펀드다. 최근 이들이 미국의 퍼터 제조사 LAB골프를 약 2억 달러(약 2800억원)에 인수한 소식이 화제가 되었다.
회사 이름의 LAB은 ‘라이각 균형(Lie Angle Balance)’의 약자로, 퍼팅할 때 퍼터 페이스가 뒤틀리지 않고 정렬된 상태를 유지하여 방향의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제로 토크’ 기술을 의미한다. 골프 강사였던 창업자 빌 프레스가 다양한 무게의 나사를 이용해 토크(회전력)를 없앤 이른바 ‘랩퍼터’를 개발해 출시한 것이 2018년이었다.

2023년부터 실험 정신이 강한 골퍼들 사이에서 서서히 입소문이 퍼졌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오디세이·PXG·테일러메이드 등 경쟁사들도 유사 제품을 선보이면서 시장이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제로 토크 퍼터는 여전히 주류가 아니었고,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실험적 제품이라는 평가에 머물러 있었다.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기업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LAB골프의 상황을 뒤바꾼 결정적 계기는, 지난 6월에 열린 4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US오픈이었다. J.J. 스폰이 마지막 18번 홀에서 약 20m에 가까운 퍼팅을 랩퍼터로 성공시키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이후 제로 토크 퍼터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LAB골프의 실적도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L캐터톤은 성숙한 시장으로 여겨졌던 골프 시장, 특히 수익성이 낮고 교체 주기가 긴 퍼터 제품군에서 LAB골프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는 점을 높이 산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시각에서 차별화된 신제품을 개발하고,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최근 소비재 산업의 성공 공식을 충실히 따른 것도 눈여겨보았을 것이다.
다만 설립 7년 만에 완성된 이 ‘신데렐라 스토리’가 L캐터톤의 투자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한된 생산 설비로 급격한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을지, 개별 맞춤 제작 중심의 사업 모델을 지속할 수 있을지, 글로벌 판매 채널을 구축할 수 있을지, 그리고 차별화된 신제품을 계속 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외부 변수도 있다. 제로 토크 퍼터가 주류로 자리 잡지 못하고 일시적 유행으로 끝나거나 대형 경쟁사들이 기술이나 가격 또는 마케팅에서 LAB골프를 압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M&A 시장 전체에서 보면 이번 인수에 투입된 자금의 규모가 매우 작은 편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투자업계와 소비재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