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 공항 대합실서 뜬눈으로 밤 지새
밤샘 작업, 희생자 137명 신원 확인 완료
“어떡해. 나는 못 살아. 우리 아들 살려내.”
30일 새벽 전남 무안국제공항에는 간밤에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의 통곡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2시쯤 추가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이름이 불리자 33살 아들을 잃은 한 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곧이어 또 다른 유족도 “나는 어쩌라고”라며 울부짖었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유가족들은 말없이 눈물을 훔쳤다.
지난 29일 오전 9시3분쯤 태국 방콕을 출발해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제주항공 여객기는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폭발했다. 탑승객 181명 중 생존자 2명을 제외한 179명은 사고 11시간이 지난 오후 8시38분쯤 모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경우가 많아 사망자의 신원 확인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유가족들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새롭게 신원이 확인된 이름이 불릴 때마다 공항 2층 대합실에는 절규가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누나와 매형의 신원확인 소식을 듣지 못했다는 김모씨(26)는 초조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김씨는 “제발 빨리 누나를 보고 싶다. 누나가 비행기 앞쪽에 앉아서 시신 훼손도가 심할 것 같다. 한시라도 빨리 신원확인이 되기만을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유가족들은 공항을 떠나지 못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텐트 등 구호 물품을 비치했지만 유가족들은 대합실 간이 의자에서 쪽잠을 자거나 말없이 뉴스를 지켜봤다. 목포대 기숙사에 임시 숙소가 마련됐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지만 유가족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오전 3시까지 이어진 정부 브리핑을 기다렸다.
검안을 위해 시신이 임시 안치된 격납고로 향하는 버스 탑승을 대기하는 발걸음도 이어졌다. 30대 조카를 잃은 이경신씨(57)는 눈가가 벌게진 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씨는 “나는 그래도 상조쪽 일을 해서 이런 상황을 많이 봤지만 우리 언니는 아니다. 거의 실성한 수준”이라며 “언니가 조카를 직접 보면 너무 큰 트라우마가 생길까 걱정돼 지금 다른 가족이 대신 확인하러 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낮부터 와서 기다렸는데 지금 밤을 다 새고 나서야 신원이 확인됐다는 게 말이나 되냐”며 “진작 인력을 더 투입해 시신을 수습했어야 한다”고 답답해했다.
이날 오전 3시20분쯤 정부의 사고 1일차 마지막 브리핑이 있었다.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이 “송구한 말씀이지만 온전한 시신이 거의 없어서 빠른 시신 인도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하자 유가족들 사이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국토교통부와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9시쯤 다시 검시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문 확인이 어려운 사망자 28명에 대해선 DNA 대조 작업 등으로 신원 확인에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오전 3시20분 기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37명이다. 이 중 임시 안치 장소인 공항 내 격납고로 옮겨진 희생자는 91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