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제조를 위해 웨이퍼 절단 공정을 바꾼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와 400단 이상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만드는 웨이퍼가 점점 얇아지면서, 기존 공정은 한계에 직면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4용 웨이퍼 절단을 위해 펨토초 그루빙 및 풀 컷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레이저 장비 협력사와 새로운 웨이퍼 절단 장비 공동 평가 프로젝트(JEP)를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일부 협력사와는 기술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기존 웨이퍼 절단 방식에 대대적인 변화를 줄 예정”이라며 “협력사와 다수의 기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지금까지 웨이퍼를 자르기 위해 기계적 절단(블레이드)이나 스텔스 다이싱 기술을 써왔다. 기계적 절단은 다이아몬드 휠로 웨이퍼를 자르고, 스텔스 다이싱은 웨이퍼 내부에 크랙을 만들어 분리하는 방식이다.
반도체 회로를 그린 후 개별 칩(다이)로 자르는 대세 기술이지만, 최근 첨단 반도체용 웨이퍼가 점점 얇아지면서 어려움이 커졌다. 기계적 절단은 웨이퍼 두께 100마이크로미터(㎛), 스텔스 다이싱은 50㎛ 안팎에서 주로 쓰이는데, SK하이닉스가 준비 중인 HBM4용 웨이퍼는 그보다 얇은 20~30㎛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두께에 맞지 않는 절단 방식을 쓸 경우, 이물이 발생하거나 웨이퍼에 미세 균열이 생기기 쉽다”며 “반도체 수율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펨토초 레이저 그루빙과 풀 컷 방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펨토초 레이저는 '1000조분의 1초'인 극초단파 레이저 펄스를 발생시켜 결함을 줄이고, 매우 정밀하게 웨이퍼를 자를 수 있다. 회사는 절단해야할 부분을 미리 파거나(그루빙), 아예 레이저로 한번에 완전 분리(풀 컷)하는 방식을 후보로 올려뒀다.
SK하이닉스는 HBM4 뿐 아니라 400단 이상 낸드에도 이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400단 낸드부터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 영역과 이를 구동하는 회로 '페리페럴' 영역을 서로 다른 웨이퍼에 구현하는데, 두 웨이퍼를 붙여야하는 만큼 얇아야 한다.
SK하이닉스가 웨이퍼 절단 공정 전환에 나서면서 반도체 업계의 펨토초 레이저 기술 확산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TSMC·마이크론·삼성전자 등이 첨단 반도체용 웨이퍼 절단에 펨토초 레이저를 도입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공정 전환에 대해 “다양한 방안을 고려 중이나 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