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개 숙인 삼성, 사법리스크 털고 다시 날아야

2024-10-18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최근 삼성전자에 찬바람이 분다.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이 어닝쇼크(시장 기대치 하회)를 기록하는가 하면, 전영현 DS(반도체) 부문장(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삼성그룹 부당합병 의혹 관련 사법리스크도 여전하다. 노조 간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삼중고다.

삼성전자는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위한 품질 테스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1년 넘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전 부회장은 지난 8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 직후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에게 사과 성명을 발표하면서 "철저한 미래 준비를 위해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경쟁력 약화는 공격적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가야할 시기의 오너 부재가 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재판까지 감안하면 자그마치 8년째 사법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 4월부터 시작돼 107차례 열린 재판 중 96차례나 참석했다. 공격적으로 경영 행보를 이어가야하는 시기에 출장보다 재판에 참여한 날이 더 많았던 셈이다.

그 사이 삼성전자 반도체의 초격차 경쟁력은 후퇴했다. 파운드리 경쟁사인 대만 TSMC는 급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공급에서도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다. 조직문화도 경직됐다. 삼성전자 내부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관료화는 물론 부서간 폐쇄적 소통방식이 이어지고 있다는 불멘소리가 터져나온다. 사업 부문 내 의사소통 부재는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 부회장이 "수평적 조직문화를 심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실질적으로 삼성이 초격차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기 위해선 오너가 경영 일선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여건 마련이 먼저다. 삼성그룹 부당합병 의혹 항소심 재판부는 내년 1월 선고를 목표로 한다. 검찰이 상고심까지 강행하지 않는다면, 내년 초에는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반도체 업황이 호황기를 맞은 만큼 삼성전자가 초격차 경쟁력 확보할 수 있는 적기는 바로 지금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심 재판 최후 진술에서 "삼성이 진정한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록, 제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 집중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만물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이다. 사법리스크를 털고 경영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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