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입법에 힘쓴다지만…대규모 투자 앞둔 韓 기업들, '무비자 고용' 문제 어쩌나

(서울=뉴스1) =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ICE(U.S.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가 조지아주 내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을 기습 단속·구금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재판매 및 DB금지) 2025.9.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뜻밖의 지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미 투자 불안감이 고조된다. 미국 이민 당국이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300여명 등을 체포·구금하면서다. 한미 간 석방 교섭이 마무리되면서 이번 사태는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현장서는 "한국인 '무비자 고용'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 없이는 다른 기업들도 (미국에) 사람을 보내는 데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에 의해 체포·구금됐던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근로자 300여명이 조만간 석방된다. 대통령실은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는대로 이들의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띄운다는 계획이다.

이번 체포·구금 조치의 대상자들은 'H-1B'(전문직 취업비자) 등이 아닌 현지 취업이 불가한 B-1 비자 등을 받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B-1 비자는 노동자들의 장비·기계의 설치 및 작동, 보수, 현지 직원 교육에 활용될 수 있으나 건설 작업 수행은 불가하다. 급여도 미국 내 사업체에서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됐다.

전임 행정부 때는 양국의 이익을 고려해 '무비자 고용' 관행이 묵인됐으나 반이민 정책을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미 당국이) 오래 추적했고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윤창용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장 역시 "(미 당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자신들의 일거리를 찾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앞둔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전문직 종사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비이민·취업 목적의 H-1B 비자는 '추첨제'(lottery)로 선발된다. 추첨제를 통해 대상자가 되더라도 발급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발급 개수도 제한된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30일(현지시간)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당초 25%에서 15%로 낮추고 '3500억달러(약 486조원)+α'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한국 기업들은 지난 25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에 1500억달러(약 208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공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미국 조지아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한국인 300여 명 체포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2025.09.06. [email protected] /사진=김선웅

정부는 한국인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별도 비자(E-4) 쿼터를 신설하는 '한국 동반자법(PWKA·Partner with Korea Act)' 입법에 힘쓴다는 입장이나 미국 의회에서 해당 입법이 언제쯤 통과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동반자법은 최대 1만5000명 규모의 한국 국적 전문직을 위한 E-4 비자 신설을 골자로 한다. 계속 고용을 전제로 무제한 연장이 가능하다.

이번 구금 사태가 관세협상의 세부사항과 관련한 '압박용 카드'라는 외교가 일각의 우려도 불식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대통령실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마코 루비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부 장관 등이 각각 관세와 대미 투자, 안보 등을 담당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패키지 딜'(묶음 거래)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윤 원장은 "미 당국이 상당 기간 내사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다"며 "내사를 하지 않았으면 영장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런데 (이번에는) 영장을 받아서 대대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가) 동맹국이자 투자하기로 한 나라에 대한 예우냐는 국민들 목소리가 나온다"며 "(한국이 미국에) 하기로 한 투자를 안 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기업들도 (미국에) 사람을 보내는 데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나 관세 협상이 순조롭게 되고 있고 잠깐의 오해가 있었으나 오해를 풀고 있다는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