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최윤범 회장, 의장직도 걸었다···"신뢰 되찾을 수 있다면" 주주 향한 호소

2024-11-13

"긴박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기존 주주님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거듭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바입니다."

궁지에 몰린 고려아연을 구하기 위해 최윤범 회장이 다시 한 번 공개석상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시장의 혼란을 야기한 2조5000억원 규모 '기습' 유상증자 사태에 책임지고 의사회 의장직까지 내려놓는다.

최 회장은 13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주주와 국민들이 회사의 주주가 되는 국민기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 저희들의 진실된 취지이자 유상증자의 목적이었다"며 "이로 인해 초래된 시장 혼란과 주주분들의 우려에 대해서 회사는 겸허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거센 공세에 줄곧 지분 열세에 몰린 최윤범 회장이 지난달 30일 유상증자 승부수를 날렸지만 곧바로 후폭풍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은 곧바로 칼을 빼들어 조사에 착수했고, 여론은 들끓었다.

파장이 커지자 고려아연은 이날 백기를 들고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이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봤으나, 오히려 주가가 상한가를 치는 예측 불가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유상증자 발표 2주 만에 전격 철회를 발표한 고려아연은 급격하게 뒤바뀐 여론의 흐름 속에서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지분율을 '39.83%'까지 끌어올린 영풍·MBK 연합에 맞서 '표 결집'이 필수적인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해외투자자·소액주주 등 나머지 16% 지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날 최윤범 회장도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보트'로 소액주주와 기관·해외투자자를 꼽았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이번 경영권 분쟁을 한마디로 정의한 최 회장은 이들 주주의 표를 결집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직까지 내놓는 등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표심을 확보하기 위한 강수를 뒀다.

최 회장은 "저부터 변화하고 내려놓겠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이장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외 ▲외국인 사외이사 선임 ▲IR전담 사외이사 선임 ▲소주주주 다수결 제도 도입 ▲분기 배당 추진 등을 주주총회에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이날 최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기존 주주들을 향해 호소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최 회장은 "만약 유상증자 철회를 통해 필패가 예상된다면 무리가 되더라도 추진해 볼 생각이었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고려아연을 지지한 굉장히 많은 주주들이 있다"며 "이분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면 다가오는 주총에서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경영권에 대해 최종적으로 결정할 분들의 규모와 독립성을 생각해보면 영풍·MBK연합과의 지분 격차가 크게 판을 흔드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이해되고 동의한다면 앞서 호소했던 바와 같이 힘들게 싸우고 있는 고려아연과 직원들을 생각해달라"며 "주주들과 국민들이 함께 모이면 아무리 거대한 사모펀드라도 우리를 절대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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