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올해에도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수천여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신약 개발 등에서 활약할 석·박사 및 연구직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양질의 인력 부족에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재 양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업계에서도 다양한 제약바이오 산업 인력 양성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장학금 지원부터 실습·채용 기회까지”…제약바이오社, 인재 양성 본격 추진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월 성균관대학교, 고려대학교 등과 ‘바이오 인재 양성 트랙’을 신설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 우수 장학생을 선발해 바이오 R&D 석사 인력으로 양성을 추진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13일 성균관대학교 삼성융합의과학원과 의사과학자 양성 장학제도 협약을 체결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와 바이오 R&D 인재 양성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GC녹십자는 매년 상·하반기 연 2회에 걸쳐 약학대학 6학년생 30여명을 대상으로 현장실습을 진행 중이며, 성균관대학교, 아주대학교 등과 인재 양성 업무협약 체결했다. 회사는 필수과목 이수 시 인턴 채용서 서류 가점을 주는 형태의 채용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성장형 인턴십’ 제도를 도입해 인턴사원에게 주요 사업 프로젝트 참여 기회 제공 및 전문성 향상과 정규직 채용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각 대학 및 연구기관에 과제별 1억원을 지원해 1년간의 연구와 후속연구 등을 지원하는 YIP(유한이노베이션플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한국폴리텍대학 바이오캠퍼스 내 ‘롯데바이오로직스 아카데미반(롯데반)’ 교과과정을 운영 중으로, 현장 맞춤형 교육 및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교과 과정 이수 시 인력 채용에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롯데반 운영 외에도 오픈 이노베이션 인턴십 프로그램 등 직무에 상관없이 다양한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을 채용하는 제도도 운영 중이며, 해외 대학(뉴욕 시라큐스 대학교 등)과도 협력을 통해 글로벌 인재 양성 및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바이오협회도 ‘바이오 아카데미’를 통해 바이오산업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기업체 수요에 맞춘 현장 밀착형 바이오산업 취업희망자 과정을 비롯해 바이오의약 ▲생산 ▲품질 관리 ▲품질 분석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바이오산업 재직자 직무능력 향상과 산·학·연 연계 인력 양성 지원 협력체계 마련도 꾀하고 있다.

◆ 전문 인력 부족 현상 ‘심각’…“신입과 기업이 생각하는 역량 간의 괴리 개선도 필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처럼 인재 양성에 직접 뛰어드는 이유는 현재 급증한 인력 수요 대비 양질의 인력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바이오협회의 ‘2023년 기준 국내 바이오산업 인력수료 및 공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2025년)에는 2천915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바이오의약품 기준 학력별 부족 인력은 박사 204명과 석사 1천14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직종별 부족 인력은 연구직이 1천181명으로 가장 많았고, 개발직 251명, 생산·시설직 670명, 품질관리직 222명, 영업·관리직 591명 등이 부족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23년 바이오헬스 산업 인력구조 현황 및 수급 불일치 주요 특징 고찰’에 따르면 제약산업 기업은 14.1% 정도의 인력이 부족했고, 가치사슬 단계별로는 기술이전단계 인력이 35.3%나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기업의 인재상 및 직무역량 요건과 실제 대학(원) 과정에서 습득한 역량과의 괴리’가 47.8%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고, 역량 간 괴리 해소를 위해 실무 교육 강화(39.3%)와 실습 수업 강화(23.4%) 등을 비롯해 기업의 인재상에 맞는 연구 및 강의, 기업과 대학(원)의 연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CDMO를 포함한 전 분야에서 전문 인재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산업 성장 속도에 비해 인재 양성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엔지니어링과 QC/QA 등 다양한 직군에서 전문 인력 부족 현상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세제 혜택부터 아카데미·상생기금 마련까지”…정부 주도 인력 양성 프로그램 시급
이에 업계에서는 제약바이오 산업 인력 양성에 정부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전문 교육 지원을 확대하고, 산학협력에 힘쓰는 기업에 다양한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기업들이 대한민국 바이오 산업 발전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미래비전위원장은 지난 21일 ‘제약바이오 비전 2030 실현 제1차 혁신포럼’에서 기업·대학·연구소·정부가 협력해 창업을 지향하는 프로젝트형 양성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어 산업계가 주도하는 ‘제약바이오 아카데미’ 출범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아카데미(2023년)’와 ‘이차전지 아카데미(2024년)’가 출범한 것처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산업계가 주도하는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으로, 2026년 예산을 확보해 제약바이오 아카데미 출범 및 신약개발 전문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지호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지원본부장(상무)은 “대학의 교과목, 교과 과정, 교수 구성 등이 기초 연구 의 비중이 커 대졸자를 채용해서 업무에 투입시키려 해도 재교육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기업들이 산·학 협력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과 정부가 힘을 모아 ‘상생협력기금’과 같은 기금을 만들어서 제약바이오 분야 중소벤처기업의 인재 육성을 지원하는 등의 ‘동반 성장 상생형 인력 양성’ 추진도 제안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