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상급종합병원 생긴다…정부 "진료권역 재설정 적극 검토"

제주의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제주도 내에서 상급종합병원을 처음으로 지정한다. 제주에는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어 중증·응급 환자들이 내륙으로 상경해 치료를 받는 일이 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국을 11개로 구분하고 있는 '진료권역'을 새로 설정한다. 제주도는 현재 서울과 같은 진료권역으로 묶여 있어 상급종합병원 지정 때 불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15일 윤석열 대통령은 29번째 민생토론회를 ‘세계로 열린 청정한 섬, 글로벌 휴양도시 제주’라는 주제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에서 개최하고 이러한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제주도와 같은 지역에도 고난도·중증·응급 진료가 가능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의료개혁을 추진 중”이라며 “제주도에 상급종합병원이 조속히 지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언론 사전설명회에서 “제주도의 특수성을 감안해 진료권역 재설정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말까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진료권역을 재설정해 차기(2027~2029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때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제주도에서는 타 지역으로 원정진료를 떠나는 환자가 매년 증가해 2022년 기준 14만1021명을 기록했고, 이들이 쓴 의료비도 2393억원에 달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에 대한 고난도 의료행위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3년마다 종합병원의 신청을 받아 평가를 거쳐 지정한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제5기(2024~2026년) 지정 때는 서울권(14개)·경기서북부권(4개)·경기남부권(5개)·강원권(2개)·충북권(1개)·충남권(3개)·전북권(2개)·전남권(3개)·경북권(5개)·경남동부권(6개)·경남서부권(2개) 등 총 11개 권역에서 47개 기관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됐다.

제주도에서는 한 곳도 지정받지 못했는데, 제주도가 서울권으로 분류된 탓이다. 현재 진료권역은 ▶인구수 100만명 이상 ▶자체충족률(해당 권역 거주 환자의 해당 권역 소재 의료기관 이용 비율) 40% 이상 ▶환자 이동 거리 120분 이내 등의 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를 충족하도록 설정하고 있다. 서울권에는 서울시 외에 광명시·과천시·구리시·남양주시·하남시·여주시·가평군·양평군 등 경기도의 일부가 포함됐다.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근거리가 아닌데도 서울권에 묶였다. 복지부는 제주도민들의 의료 서비스 양상을 고려했다고 설명한다. 조귀훈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제주도는 1995년부터 진료권역 분류에서 서울권에 묶여 있었다"며 "배를 타고 전남권으로 가기보다는,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가는 게 환자들로서는 더 빠르고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상급병원 지정 평가 때 진료권역별로 필요한 병상 수를 제한해 배분하기 때문에 같은 권역 내 병원들끼리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윤순 실장은 “제주도 소재 의료기관이 여러 개 있지만, (진료권역상) 서울권에 포함되다 보니 경쟁에서 밀리게 돼 그동안 제주도에서는 한 군데도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조귀훈 과장은 “제주도는 섬이라는 환경적 요건과 관광객이 매년 1000만명 이상 방문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을 보정해 진료권역을 재설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진료권역을 재설정한다 해도 제주도 내 의료기관이 각종 인력·시설·장비 관련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조귀훈 과장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전문 의료진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의료진 확보를 위해 해당 의료기관과 지자체가 많은 노력을 한다. 제주도에서도 인력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윤순 실장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을 맞추려면 여러 의료 수준이 더 높아야 하므로 제주도 자체적으로도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한 투자가 이뤄져 의료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진료권역 재설정은 제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해당할 수 있다. 조 과장은 “진료권역을 전국적으로 재설정할 것이기 때문에 다른 권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재 (대구를 제외한) 경북권에 상급종합병원이 없고 대구에만 5곳이 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함께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