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시진핑, 2라운드 승자는 누구? [김광수의 중알중알]

2025-04-2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100일 가까이 흐르고 있습니다. 당선이 확정된 시점부터 따지면 4개월이 조금 넘은 기간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내는 중인데요. 공화당 후보 시절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친 만큼 어느 정도 예상은 됐지만 무차별 관세 폭탄에 전 세계는 ‘트럼프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일하게 아무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나라가 중국이죠. 때려도 때려도 더 강하게 맞서는 양상인데요. 트럼프 행정부는 합성 마약류인 펜타닐 문제 해결을 빌미로 10%씩 두 번에 걸쳐 20%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그때마다 맞불 관세와 수입 제한 조치 등으로 맞섰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들어서는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관세 수위를 수 차례 높여 총 145%의 관세를 중국에 안겼지만 중국도 여기에 반발하며 125%의 보복관세로 대응했습니다. 이정도 수치면 사실상 양국의 수출입은 중단된 상태로 봐야 합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무역전쟁의 전선이 전 세계로 확대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트럼프 관세 폭탄의 유일한 타깃은 중국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상호관세가 유예된 국가들은 백악관으로 달려가는 형국입니다. 마치 번호표를 뽑고 미국과 협상을 벌이기 위해 줄을 서는 것처럼 보일 정도죠.

이제 세계의 관심은 미중 관세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이냐에 쏠리고 있습니다. 미치광이에 가까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맷집은 꿈쩍도 하지 않는 중인데요. 미국의 일방적인 공격에 정신차리지 못하며 끌려만 가던 트럼프 1기와 달리 중국은 이번에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임하는 중입니다. 팽팽하게 엇갈리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의 결과 예측에 대해 알아보죠.

내수 확대 가능 vs 소비 위축 회복 힘들어

중국은 미국의 관세전쟁 2라운드를 이미 대비해왔죠. 대표적인 것이 대미 수출 비중을 줄이고 수출시장을 다변화한 것인데요.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의 총 수출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2%에서 지난해 14.7%로 낮아졌습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일대일로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가 늘어나 수출이 줄어들더라도 국내 소비를 늘리면 수출이 감소한 부분을 상쇄해 경제 성장률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계간 ‘한중저널’ 최근호에 “중국의 대미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라며 “만약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중단된다고 해도, 중국은 GDP의 56%에 달하는 내수를 5%만 올리면 대미수출 감소에 대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올해 ‘내수 진작’을 핵심 과제로 손꼽았다. 자동차·가전제품·스마트폰 등의 판매 촉진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소비 활성화를 위해 돈을 쓰라고 유도하고 있지만 닫힌 인민들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 실정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0.1% 감소로 나타나 2월(-0.7%)에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요. 극심한 경기 침체를 반영하는 수치죠.

영국 BBC는 중국 내수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지만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버틸 여력이 있다는 것도 유리한 측면이라고 덧붙였는데요. 특히 중국에선 ‘애국주의’ 소비 바람이 이어져 수입품을 대체하는 국내 브랜드의 판매가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나이키 대신 리닝을 입고, 스타벅스 대신 루이싱 커피를 마시고, 아이폰 대신 샤오미나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쓸 돈이 없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소비 여력이 줄어든데다 경기 침체로 실업률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중국의 실업률은 올해 1월(5.2%), 2월(5.4%), 3월(5.2%) 모두 5%를 넘으며 연간 관리 목표인 ‘5% 안팎’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죠. 최근 미국의 관세폭탄 영향에 장기 휴가를 가야 하거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노동자들이 늘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만큼 소비 위축이 지속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중국 저장·장쑤·광둥성 등 주요 수출 지역 공장들이 노동절(5월 1일) 연휴부터 조업을 중단하고 대거 장기 휴가에 돌입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대체 가능? 불가능?

미국이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여전히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제조업 1위 국가로 꼽힙니다. 주요 생필품을 비롯해 액세서리, 잡화 등 중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미국에서 당장 해당 제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커졌지만 대안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미국 대형마트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60%가 중국산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뉴스 분석 매체 더컨버세이션은 “2022년까지 미국은 532개 주요 제품군을 중국에 의존했는데 이는 2000년의 거의 4배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동안 세계는 영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의 ‘비교우위론(1817년)’에 따라 각자 자원과 인적 역량에 따라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생산하고, 이를 무역을 통해 상쇄했습니다. 당연히 저렴한 노동력으로 제조할 수 있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미국 입장에서 경제적이었기 때문에 중국으로부터 수입의존도가 높아졌던 것이죠.

트럼프는 이런 상황을 무역적자가 커졌다는 이유로 관세를 무기로 하는 보호무역주의로 모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더컨버세이션은 “중국은 미국이 공급망을 통해 중국에 의존하는 상품을 쉽게 대체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죠.

아담 포센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최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미중 무역전쟁에서 “흑자국인 중국은 판매, 즉 돈만 포기하면 되지만 적자국인 미국은 국내에서 전혀 생산하지 않거나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품과 서비스를 포기하게 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경제적 베트남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미국은 중국의 공급망을 대체할 다른 곳을 찾으려고 했지만, 중국과 같은 규모의 인프라와 숙련된 기술자를 갖춘 곳을 찾지 못해 고전해 왔다”며 “어떤 면에서는 중국이 이미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부터 이번 상황에 대비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반면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지역을 계속해서 준비해 왔죠. 대표적인 것이 대두(콩)로, 중국은 미국산의 수입 비중을 줄여왔습니다. 중국의 대두 수입량에서 미국산 비율은 2017년 40% 수준에서 지난해 절반 가량으로 떨어졌는데요.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브라질산 대두입니다. 중국은 트럼프 취임 전부터 관세 전쟁을 대비해 미국산 콩을 사들이지 않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습니다.

해관총서가 20일 발표한 3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닭고기 물량도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8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은 미국산 닭고기를 대체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산 가금류 수입을 재개했습니다. 아르헨티나산 상업용 가금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되자 2023년 2월부터 수출을 중단했고, 중국도 그해 3월부터 수입을 금지하기 시작한 지 2년여 만입니다.

중국의 다양한 반격 카드, 결정적 무기 희토류

미국이 관세 폭탄으로만 일관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다양한 카드로 맞서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광물의 수출제한 조치인데요.

희토류는 영구자석이나 합금 용도 등에 쓰여 전기차, 드론, 로봇, 미사일, 우주선 등 각종 첨단 기술 분야에 필수적인 원자재입니다. 중국은 세계 정제(가공) 희토류의 약 90%를 생산할 정도로 독점 공급자를 맡고 있죠.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첨단 부품의 수출 제한 조치에 맞서 광물자원 수출 통제 카드를 수 차례 꺼내들었습니다. 2023년 8월 갈륨·게르마늄을 시작으로, 그해 10월에는 흑연을 수출 통제 품목으로 올렸는데요. 이후에도 지난해 9월 안티몬을 수출 통제하기 시작한 데 이어 12월부터는 갈륨·게르마늄·안티몬을 원칙적으로 수출 금지시켰죠.

중국은 앞서 4일 희토류와 중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통제를 발표했습니다. 수출 금지가 아니라 특별 '수출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였지만, 중국은 발표 이후 허가를 내주는 시스템을 아직 구축하지 않아 사실상 수출이 중단된 상태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서 보도했죠. 이전에는 수출 통제를 예고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발표일 즉시 시행되도록 하는 등 보다 강하게 맞서는 중입니다.

이를 두고 중국의 단골 카드인 희토류 수출 제한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데요. 밥 데이비스 전 월스트리트저널 베이징 지국장은 “미국은 중국산 희토류 광물을 대부분 직접 수입하지 않고 가공된 형태로 수입한다”며 “중국의 강한 압박이 다른 나라들의 희토류 채굴·생산을 더 자극해 중국에 자충수로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도 평가가 엇갈리긴 합니다. 최근 중국이 미국 국채를 대거 내다 파는 것으로 의심되는 영향에 따라 국채금리가 급등했죠. 이는 미국 경제에 타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량을 꾸준히 줄여왔지만 올해 1월 기준 일본(1조598억달러)에 이어 2위(7590억달러)를 유지하고, 홍콩(2577억달러)을 포함하면 일본에 맞먹는 수치입니다. 하지만 미국 국채를 매도하면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높아져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쓸 카드는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국공산당 일당 독재의 힘

미국은 2년 마다 선거를 치르며 민주당과 공화당이 여론의 향배를 살펴야 하지만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입니다. 특히 시진핑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덩샤오핑 이후 지속된 10년 주기 정권 교체마저 헌법 개정을 통해 갈아치우고 사실상의 종신 집권 체재를 갖췄죠. 미국과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은 국가 간의 패권 다툼을 넘어 한 국가의 지도자로 14억 인민들 앞에 물러설 수 없음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 제한 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미국의 이 같은 정치 체제를 고려한 조치라는 해석이죠.

중국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의 20% 추가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닭고기, 밀, 옥수수, 면화, 수수, 대두, 돼지고기 등에 10∼1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아예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수입을 제한하기도 했죠. 관세전쟁 격화에 따라 해당 조치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중국이 맞불 대응 품목으로 삼은 미국산 농산품은 주로 공화당의 주요 지지층인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연결됩니다. 시 주석은 당분간 자신의 임기를 신경쓸 필요가 없어 느긋하지만 트럼프는 당장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관세전쟁의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죠. 그만큼 관세전쟁을 오래 끌 여력이 없고, 최근 상호관세 협상을 서두르려는 움직임도 나옵니다. 물론 시 주석도 2027년 제21차 당대회에서 4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후계자 선정도 해놓지 않은 현재 상황을 볼 때 그의 임기가 중단될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 정설인데요다. 시간은 중국 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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