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20주 연속 상승하며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가운데 25일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6% 상승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9월 둘째 주(0.45% 상승)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2025.6.25/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요동치는 서울 지역 집값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서민·민생 물가 안정화를 연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발맞추기 위해 민주당이 발족한 '물가대책TF(태스크포스)'에서도 집값이 화두에 올랐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발족한 물가대책TF 비공개 회의에서 서울 집값과 이와 연동된 월세·보증금 등에 대한 논의가 깊이 있게 이뤄졌다. 특히 민생 물가 품목이 아닌 부동산 매매가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택 매매가 상승이 임대료·보증금 인상으로 이어지고 생활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집값 관련 논의를 주도한 것은 진성준 정책위원회 의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진 의장은 언론에 공개된 출범식 모두발언에서 "최근 서울 집값이 심상치 않은데 다른 물가와 함께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서도 면밀히 주시해달라"고 당부했다. 진 위원장은 출범식 직전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성급히 해제해 (서울 부동산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고 직격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9일 발표한 '6월 셋째 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월 초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같은 달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면 해제한 직후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집값 불안정 심화로 3월19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뿐 아니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으나 대선을 기점으로 집값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민생 물가를 잡겠다던 민주당이 아파트 매매·임대가에 주목하는 것은 주거비용이 소비 물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18일 펴낸 '주택가격 양극화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도권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며 다른 지역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증가했고 물가상승률 견인을 확대해 거시건전성 위험을 높이는 경제적 충격을 준다"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물가대책TF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6.24. [email protected] /사진=김명년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에서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집값 오름세가 소비 물가에 적잖은 충격을 주기 때문에 민주당이 조기 진화에 나선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둔 상황에서 서울 부동산발 경기 위축은 정책 효능감을 약화시킬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민주당이 부동산값에 집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문재인정부 때 겪은 트라우마다. 당시 문재인정부는 연이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으나 집값을 잡는 데 실패했다. 2020년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며 압승한 민주당이 2022년 대선·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주된 이유 중 하나로 부동산 문제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진보정권 집권기에 부동산값이 오른다'는 속설이 대선 전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기대감으로 작용했고 대선 직후부터 이 기대감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 시작한 만큼 조기에 진화해야 물가뿐 아니라 이재명정부의 연착륙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단 것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현재의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오세훈 시장에 있음을 강조하고 이를 통해 내년 6월 지방선거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단 정무적 판단이 자리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문재인정부 당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어 대선 선거운동 기간 내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당 차원의 고민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부동산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차별화된 공약을 내지 못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이전 정부' 탓을 남발해서 그렇지 새 정부 초기 전 정권의 결과물에 선을 긋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서울 집값 상승세의 경우 오 시장의 실정이 명백하고, 당에서도 이에 대해 확실히 선을 긋고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공세를 이어가겠단 포석을 깔아 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