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韓·체코 원전 협력의 연결 고리 '두산 스코다 파워' 공장 가보니

2025-05-12

체코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인 '팀코리아'를 자국 신규 원전 건설사로 최종 선정한 가운데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발전기 터빈을 생산하는 두산 스코다 파워다.

체코는 신규 원전 발주를 통해 전력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국의 제조 공급망이 원전 건설에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두산이 지난 2009년 인수한 이 기업은 팀코리아의 현지 핵심 공급망이자 체코 정부의 바람을 이뤄줄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 스코다 파워도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참여를 새 도약의 계기로 보고 있다. 한동안 멈췄던 체코 원전 건설이 재개됨에 따라 신규 수주를 통해 유럽 원전 시장에서의 위상을 한층 높이겠다는 목표다.

지난 9일(현지시간) 체코 대표 중공업도시 플젠에서 한·체코 원전 협력의 연결고리인 두산 스코다 파워의 면면을 들여다봤다.

◇ 유럽 발전 시장의 강자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서남쪽으로 약 100㎞ 가량을 달리자 '플젠'이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체코의 대표 중공업 도시로 필스너 우르켈이라는 명품 맥주가 탄생한 이곳에 두산 스코다 파워 본사와 제조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DOOSAN'이라는 로고가 새겨진 곳곳의 건물을 지나 공장에 들어서자 초입에 발전기 터빈 블레이드(날개) 모형이 크기별로 걸려 있었다. 고온의 증기가 발생하면 로터(회전축)에 연결된 블레이드가 돌면서 회전력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전기를 생산한다. 선풍기 날개처럼 평범한 모양이지만 블레이드의 강도, 회전력에 따라 발전기 수명과 효율이 크게 달라진다.

정상인 두산 스코다 파워 서비스 디렉터는 “블레이드는 로터의 뒷부분으로 갈 수록 크기가 커지면서 회전력을 극대화한다”면서 “소재, 설계, 제조 경쟁력을 모두 갖춰야 최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장안으로 들어가자 작업자들이 로터에 블레이드를 연결하고 있었다. 체코 전역이 전승 기념일로 휴가 기간에 들어간 가운데서도 이곳저곳에서 작업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최근 두산 스코다 파워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회사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가동 중인 총 6기의 원전 모두에 터빈을 공급했다. 핀란드 등 다른 나라까지 포함하면 총 26기의 증기터빈을 유럽 원전에 납품했다. 석탄화력 등 발전소까지 포함하면 공급한 터빈은 560여기가 넘는다.

최근 유럽의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원전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원전 가동 기간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었고 이에 따라 터빈 교체 수요도 급증했다. 공장 가동률은 100% 가까운 상황이다.

◇ 체코 신규 원전 수주의 숨은 주역

두산 스코다 파워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을 팀코리아가 수주하는데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체코 정부는 이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서 자국 공급망의 참여를 최대한 확대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른바 현지화율을 60% 수준으로 유지해 줄 것으로 요구했을 정도다.

체코 정부는 스코다 파워가 현지화율 달성에 있어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봤고 사업자 선정에서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팀 코리아 입장에서도 현지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한국 기업을 현지에서 활용함으로써 비용, 품질 측면에서 신뢰도를 한층 높일 수 있게 됐다.

임영기 두산 스코다 파워 법인장은 “한수원과 체코 전력공사의 본계약이 체결되면 이후 입찰을 통해 후속 계약으로 납품 규모가 확정될 것”이라면서 “확정된다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에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1차 계통의 핵심 주기기를 공급하고 증기터빈과 발전기 등은 두산 스코다 파워가 체코 현지에서 제작을 맡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두산 스코다 파워는 신규 원전 사업을 통해 유럽 발전 시장 공략 수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임 법인장은 “액화천연가스(LNG) 터빈 기술을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이전받는 동시에 소형모듈원전(SMR) 등 사업도 차츰 확대하며 발전 신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다 파워는 1869년 에밀 스코다가 설립한 회사로 1976년 첫 원자력 터빈을 납품한 후 2014년 1100㎿ 규모의 터빈 등 현재까지 체코와 슬로바키아, 핀란드 등 4개국에 총 30개의 원전 터빈을 납품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2009년 스코다파워를 인수한 후 사명을 두산 스코다 파워로 변경해 체코 증권시장에 올해 2월 상장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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