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게임 산업 첫 파업이란 상징성을 지닌 넥슨 자회사 네오플 노동조합의 총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행히 교섭이 재개됐으나 노조는 다시 대규모 집회와 투쟁 강행을 예고했다.
파업이란 노동자의 권리다. 그렇다고 무제한의 정당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싸움이 업계의 건강한 노사관계 문화 형성을 위한 '모범'이 될지 아니면 막무가내식 '떼쓰기'로 기록될지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사측은 교섭 자리에서 나름의 진정성을 담은 제안을 꺼냈다. 물론 노조 입장에선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더 나은 합의'를 원한다면 대화를 위한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철회 안건이 다시 피켓으로 등장하고 교섭안에 대한 내부 정리도 되지 않은 모습은 곤란하다. 협상 테이블을 거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식은 과거 노사 분쟁의 구태에 불과하다.
사측도 마찬가지다. 왜 노조가 이토록 강경해졌는지 근본적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 일방적 성과 보상 구조, 불투명한 경영 의사 결정, 커뮤니케이션 부재 등 노조가 지적한 문제들이 얼마나 설득력을 갖는지 냉정하게 들여다보고 개선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당한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는 구조, 이를 위한 신뢰 회복이 관건이다.
게임 이용자를 잊어선 안 된다. 지금도 파업 장기화로 인해 일부 콘텐츠 일정이 늦춰지고 이용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노조가 내세우는 명분 역시 '공정한 성과 배분'을 통해 구성원들이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명분을 지키는 방식도 이용자와 게임 자체를 고려한 책임 있는 접근이어야 한다.
이번 파업은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게임업계 노동문화가 성숙해지는 과도기의 '성장통'이다. 성장통이 흉터로 남아선 안 된다. 첫 사례인 만큼 업계 전체의 모범적 선례가 되는 결과를 남겨야 한다. 상처만 가득한 싸움이 아닌 합의로 마무리돼야만 그 의미가 있다. 업계가 더 건강해지기 위한 첫걸음이 '대립'이 아닌 '공존'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