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환영’ 美자동차노조와 손잡은 한국GM노조, 왜

2025-07-10

동상이몽일까, 의기투합일까.

최근 국내 자산을 매각하며 ‘한국 철수설’에 휩싸인 한국GM 문제를 놓고 한국GM 노동조합과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손을 잡자, 자동차업계에선 이런 말이 나온다. 트럼프 관세 효과로 미국 내 자동차 생산이 늘어나는 흐름을 UAW는 반기고 있지만, 한국GM은 정반대 입장이라서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GM 지부는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전환기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노동자 권리 확대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한국GM 노조 초청으로 UAW의 제이슨 웨이드 위원장 수석보좌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티모시 스미스 8지역지부장, 크리스 브룩스 비서실장 겸 전략수석, 크리스틴 피터 국제실장 등 핵심 관계자 3명도 이날 청중석에 앉았다.

웨이드 수석보좌관은 “미국 완성차 기업은 (해외로) 공장 이전 방식으로 노동자를 협박해왔다”며 “(생산 기지 이전을) 기업 자율에 맡기면 노동자 권익을 지키기 어렵다”며 한국GM 노조에 동조하는 듯한 말을 했다. 한국GM 노조는 토론회 후 UAW 관계자 4명을 인천 부평공장으로 초청해 생산 현장을 공개했다. 금속노조는 지난 8일 UAW와 ‘글로벌 자동차산업 공급망 대응을 위한 상호협약’도 맺었다. 트럼프 관세와 생산 이전에 공동 대응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들의 연대 선언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명확하게 갈리는 이해관계 때문이다. 미국 수입차 관세 부과(4월 3일) 방침이 발표된 지난 3월 말 숀 펜 UAW 회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오늘 역사적인 조치를 내렸다. 자동차 산업의 하향 경쟁을 끝내는 것은 망가진 무역 협정을 바로잡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수입차 관세로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 수천 개가 수개월 내 생길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냈다. 트럼프 관세로 미국 현지 생산확대가 이뤄지면 일자리 증가로 UAW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반면에 지난해 생산량 49만9559대 중 83.8%(41만8792대)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으로선 미국의 수입차 관세로 현지 생산이 늘면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는 사안이다. 지난 5월 한국GM은 직영서비스센터 등 자산 매각을 결정했는데, 지난달 GM 본사가 미국 내 전기차·내연기관차 생산 확대를 위해 2년간 4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GM 생산기지 축소 우려는 더 커졌다.

웨이드 보좌관은 이 같은 입장차를 의식하듯 토론회에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토론자들은 “한국 (자동차) 노조 입장에서는 UAW가 우리를 죽이고, 혼자 살겠다고 한다는 측면이 있다”(이익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위원)라거나 “UAW가 앞장서서 (트럼프의 무역정책과) 싸워야 한다”(나원준 경북대 교수)는 지적이 나왔다.

그럼에도 한국GM 노조가 UAW를 한국에 초청해 접점을 만든 까닭은 GM 본사에 한국 노조의 입장을 전달하는 채널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한한 스미스 지부장은 GM 미국사업장과의 단체협상을 총괄할 권한을 갖고 있다.

반면에 UAW는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일 수 있는 완성차 전동화 전환 흐름에 대항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GM 노조와 손을 잡은 측면이 적잖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UAW로선 한국GM이 미국 생산에 위협이 될 수 있으므로, 한국 내 생산 현황을 파악하려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며 “UAW가 연대를 내세우지만,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상황이 생길 경우 냉정하게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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