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중국산 저가 통신 케이블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지 덤핑 조사에 착수한다. 지난달 중국산 철강에 역대 최고 수준의 잠정 덤핑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리고 곧이어 중국·일본산 열연강판 덤핑 조사에 나선 정부가 이번에도 대중 견제에 나설지 주목된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단일 모드 광섬유(SMF)에 대한 덤핑 사실 및 국내 산업 피해 유무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무역위는 7일 이 사실을 관보에 게재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덤핑 조사는 통상 3개월간의 예비 조사와 3~5개월간의 본조사로 진행되는 만큼 잠정(예비) 덤핑 관세 부과 여부는 이르면 6월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단일 모드 광섬유(광케이블)는 지름이 매우 작은 통신 케이블로, 다중 모드 광섬유에 비해 정보 손실이 적고 수십~수천 ㎞까지 장거리 전송이 가능해 데이터 센터, 통신망 등 대용량·장거리 통신에 쓰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데일리브리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1년에 약 44억 6705만 달러(약 6조 4400억 원)로 평가된 글로벌 단일 모드 광섬유 시장 규모는 데이터 전송 수요 증가, 통신 인프라 발전 등에 따라 2029년께 97억 8645만 달러(약 14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LS전선과 대한광통신이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중국발 저가 공세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전선 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광섬유를 포함한 LS전선의 통신 사업 부문 생산 실적은 2022년 1607억 원에서 2023년 1079억 원, 지난해 1~9월 기준 535억 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대한광통신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 기준 누적 순손실은 251억 원으로 손실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17%나 확대됐다.
반면 중국산 광섬유 수입 규모는 2023년 2168만 달러(약 313억 원)에서 지난해 2560만 달러(약 370억 원)로 18% 늘었다. 연간 광섬유 총수입액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2%에서 57%로 높아졌다. LS전선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에 중국산 광섬유가 들어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피해가 있어 지난해 말 덤핑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전선·철강·석유화학 등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에 대한 경계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무역위는 지난달 20일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고 38.02%의 잠정 덤핑 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현대제철이 지난해 말 반덤핑 제소를 한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서는 이달 4일부터 덤핑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