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해방을 맞았다. 하지만 그날을 ‘광복절’이라 부르는 것이 과연 옳은가? ‘광복(光復)’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것, 다시 말해 온전한 주권의 회복을 뜻한다. 그러나 8.15는 해방이었을 뿐, 진정한 자주 ‘독립’은 아니었다. ‘광복절’의 의미를 다시 재정립하여야 한다.
당시 일본은 미국과의 태평양전쟁에서 패배했지만 일본의 땅은 분단되지 않았다. 반면 전쟁의 책임이 없는 한반도는 강대국의 이해 속에 너무나 억울하게 남북으로 갈라졌다. 미국과 소련은 38선을 기준으로 한반도를 나눴고, 남한은 미군정(美軍政)의 통치를 받았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한국군의 전시작전권은 미국에 넘어갔고, 지금까지도 우리는 군사 주권을 온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우리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 과연 우리는 ‘광복’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사실 우리는 해방되었지만, 곧바로 다른 강대국의 힘과 질서 속에 종속되었다. 진정한 ‘독립’은 아직 오지 않았던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기득권 세력과 친일세력이 ‘광복’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였고, 국민들은 그 왜곡된 내용에 80년 가까이 속아왔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해방=광복’이라는 말에 길들어 졌다, ‘광복’은 마치 모든 것이 회복된 듯한 착각 속의 축제가 되었고, 수많은 국민들은 그 진실을 알지 못한 채 ‘광복절’ 기념일에 쉽게 안주하였다. 이 와중에 우리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으며, 일제(日帝)에 부역하였던 친일파를 단죄하지 못하였다. 나아가 우리의 전시작전권도 미국에 맡겨 놓은 상태에 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알아야 한다. 우리가 누린 것은 진짜 ‘광복’이 아니라 반쪽짜리 ‘독립’이었다.
국제질서가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분쟁,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관세정책 등은 자국 이익을 위해 군사력과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우리는 냉정하게 과거와 현실을 성찰하여야 한다. 8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는 과연 독립국인가?”, “진짜 광복은 언제 오는가?” 8.15는 끝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 이제 진짜 ‘광복’을 위해, 우리가 실천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역사를 바로 보자. ‘해방’과 ‘광복’의 차이를 분명히 알고, 왜곡된 사실의 내용을 바로잡아야 한다. ‘친일 · 분단 · 미군정’에 대한 역사적 진실을 왜곡없이 후손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둘째, 주권을 되찾자. 정치, 외교, 안보, 경제, 문화에서 진정한 자립을 추구해야 한다. 미국에 넘겨준 전시작전권을 환수하여야 한다. 한미동맹을 유지하되 우리 스스로 자주 국가임을 천명해야 한다. 셋째, 깨어 있는 시민이 되자. 진정한 독립은 깨어 있는 국민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오늘의 8.15는 경축하는 기념이 아니라 ‘각성’의 날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광복’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깨어나 역사를 바꾸고 다시 써야 한다. 더 이상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과거를 감추지 않고, 국민을 속이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나라를 바로 세우지 않는 한, ‘참된 광복’은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