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 2시간 30분 버스에…특수학교 ‘장시간 통학’ 심각

2025-01-31

전남 특수학교 학생 상당수 ‘1시간 이상’ 통학

일반학생 30분 미만 78%, 장애학생은 52%

긴 통학거리로 30만㎞ 운행 노후 버스도 많아

전남 함평에 있는 한 특수학교는 무안과 영광, 장성 등 인근 지역을 오가는 통학버스를 운영한다. 버스 4대가 4개 코스로 나눠 장애 학생들을 등하교시킨다. 그런데 이들 통학버스가 학교에 도착하기까지는 모두 1시간 30분 이상이 걸린다.

1호 차는 오전 6시 12분 첫 학생을 태운다. 이후 17곳의 승차장을 모두 들려 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8시 45분이다. 가장 먼저 탄 학생은 무려 2시간 33분 동안 버스를 타야 한다.

하굣길도 만만치 않다. 오후 3시 55분 학교에서 출발한 버스는 2시간 10분이 지난 오후 6시 5분에 마지막 학생을 내려 준다.

전남지역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 상당수가 장시간 통학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의 특수학교에는 1250명이 재학 중인 데 이 중 737명이 통학버스를 이용해 학교에 다닌다.

1일 경향신문이 오미화 전남도의원을 통해 받은 ‘특수학교 통학 차량 현황’을 보면 전남지역 9곳의 특수학교에서 30대의 통학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8개 학교는 26개 노선의 버스 운행 시간을 공개했지만 4개 노선을 운영하는 1개 학교는 공개하지 않았다.

통학버스 운행 시간을 제출한 특수학교 26개 노선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14개 노선이 첫 정거장에서 학생을 태운 뒤 학교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넘게 걸렸다.

소요 시간이 1시간 30분을 넘는 노선은 6개였으며 2시간 이상 걸리는 노선도 2개나 됐다. 30분 이내에 학교에 도착하는 통학버스는 없었다. 1시간 이내에 도착하는 통학버스 소요 시간도 45분∼59분 사이였다.

이런 장시간 통학은 전남만의 문제는 아니다. 교육부의 ‘2024년 특수교육 통계’를 보면 통학하는 전국의 특수학교 재학생 10명 중 9명(9.0%)의 통학 시간이 1시간 이상 소요됐다.

통학하는 특수학교 학생 2만8953명 중 ‘30분 미만’이 소요된 학생은 1만5286명으로 절반(52.7%)을 간신히 넘겼다. 1만1037명(38.1%)은 학교에 가는데 30분∼1시간이 걸렸다. 1시간 이상 2시간 미만도 2618명(9.0%)이나 됐다. 2시간 이상이 걸리는 학생도 12명 있었다.

특수학교 학생들의 장시간 통학은 일반 학생들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2020년 발표된 학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대학원 고상진의 석사학위논문 ‘특수학교 통학안전에 관한 연구’을 보면 일반 학교에서 ‘30분 이내 통학시간’ 비율은 78.4%에 달했다. 1시간 이상 장거리를 통학하는 일반학생은 3.4%에 불과했다.

고상진은 “일반 중·고등학생의 경우 ‘대중교통으로 30분’을 적정한 통학 거리로 규정하고 있지만 특수학교는 통학권이 광범위해 시간이 훨씬 많이 소요된다”면서 “장애 학생들의 통학버스 이용이 불편한 만큼 적합한 통학 편의가 지원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운행 거리가 길다 보니 특수학교 통학버스 노후화도 심각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남 특수학교에서 운행하는 버스 30대 중 8대(26.6%)는 운행 거리가 30만㎞를 넘었다. 40만㎞를 넘긴 차량도 3대나 됐으며 최대 45만9000㎞를 달린 버스도 있었다.

오 의원은 “특수학교 학생들의 통학 시간이 과도하게 길고 버스 노후화 문제도 심각하다”면서 “교육청이 특수학교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통학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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