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너 브라더스(WB) 디스커버리 등에 대한 초대형 인수합병(M&A)이 폭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도 100억 달러(약 14조 7090억 원) 이상의 거래가 최소 63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사적으로 M&A 실패율은 70~90%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성공·실패 확률이 마치 동전 던지기처럼 반반 수준이라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합병의 월요일(Merger Monday)’이 다시 돌아왔다. 거만한 최고경영자(CEO)들의 ‘강력한 요청’ 덕분이다. 한 주의 시작을 장식한 뉴스는 100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M&A였다. 올해 월요일에만 벌써 열 번이나 됐다.
월요일뿐 아니라, 화·수·목·금요일에도 대형 M&A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사상 최대 이익, △낮아진 금리, 그리고 △한층 우호적으로 변한 반독점 규제당국 덕분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유니온퍼시픽이 미국 철도규제위원회 승인 절차를 앞두고 노퍽서던을 850억 달러(약 125조 435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건은, 2019년 이후 세계 최대규모. 당시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는 레이시온을 900억 달러(약 132조 3990억 원)에 사들여, 알티엑스(RTX)라는 방산 공룡이 됐었다.
WB 디스커버리를 놓고, 넷플릭스·컴캐스트·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600억 달러(약 88조 2780억 원)의 입찰 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는 2019년 이후, 헐리우드에서의 가장 치열한 격돌이다. 당시 디즈니는 21세기폭스를 710억 달러(약 104조 4623억 원)에 사들였었다.
삼성전자 역시 인공지능(AI) 시대의 승리를 위해, 740억 달러(약 108조 8688억 원)의 현금 보유고를 활용할 M&A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2025년 들어 발표된 초대형 M&A는 총 32건, 금액으로는 7000억 달러(약 1030조 500억 원)에 달한다. 한 달이 못남은 시점이지만, 이미 2021년 포스트 팬데믹 M&A 폭증기 이후 최대치다.
금융정보 업체인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에 따르면, 올해 1~11월 사이 전 세계에서 1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거래는 63건에 달한다. 이는 1970년대 이후 어떠한 연간 기록보다도 많다.
오늘날 CEO들은 과거의 경고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모두가 2000년 인터넷 버블 붕괴 직전, 아메리카온라인(AOL)의 참담했던 1820억 달러(약 267조 7766억 원) 규모 타임워너 인수 사례를 알고 있다. 시기적으로나 가격적으로 얼마나 잘못된 결정이었는지를.
2011년 경영석학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의 연구는 “M&A 실패율이 70~90% 사이”라고 결론냈다. 이 또한,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각각의 CEO는 자신(대부분 남성)이 그 10~30% ‘성공 그룹’에 속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본래 CEO란 자기 확신이 넘치는 집단이다. ‘메가(mega)’를 ‘메갈로매니아(과대망상증)’로 바꿔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M&A 집착은 주주들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일까?
통계부터 보자. 크리스텐슨의 경고가 나온 지 15년이 지났다. 지금, 세상도 변했으니 M&A 실적도 변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부터 2020년 11월 말까지 발표된 10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결합(부채 포함, 인플레이션 미조정) 중 완료된 사례들의 향후 5년간 재무 실적을 분석했다.
총 117건의 메가 딜에서 이들 데이터가 확보됐다. 총 2조7000억 달러(약 3971조 7000억 원) 규모로,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었다. 충격적인 거래도 포함됐다.
2016년 에이비인베브는 소규모 양조업체 에스에이비밀러를 1030억 달러(약 151조 5130억 원)로 ‘단숨에 삼켰다’. 2018년 에이티앤티(AT&T)는 타임워너를 850억 달러(약 125조 265억 원)에 인수했다(타임워너는 2009년 AOL을 떼어낸 상태였다). 2019년에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이 셀진을 790억 달러(약 116조 1853억 원)에 인수했다.
거래 이후 5년간 인수기업의 연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률의 중앙값은 6%. 괜찮지만, 압도적이진 않다. 시장가치 대비 장부가치 비율은 정체했다. 기업이 영업활동에 투자한 자본 대비 이익을 보여주는 지표인 투하자본이익률(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은 2%포인트 하락했다.
결과적으로 주주들에게 돌아간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절반의 실패였다. 표본의 절반은 산업 평균을 능가하며 총 2조8000억 달러(약 4119조 6400억 원)의 초과 주주수익을 냈다. 그중 2016년 링크트인 인수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 시가총액이 6400억 달러(약 941조 5040억 원) 늘어난 부분(실제 M&A 효과는 미미했을 가능성)을 제외해도, 2조2000억 달러(약 3236조 4200억 원)의 초과 수익이다.
그러나 나머지 절반은, 산업 대비 2조9000억 달러(약 4266조 1900억 원)의 언더퍼폼을 기록했다. 즉, 크리스텐슨이 경고했던 시절만큼 ‘대부분 실패’는 아니었다. 하지만, 성공 확률은 여전히 동전 던지기 수준인 것이다.
더 체계적 연구에 따르면, 기업들은 예전보다 M&A를 ‘덜 못하게’ 되었단다. 컨설팅사 베인은 지난해 “기업은 어떻게 M&A를 이렇게 잘하게 됐나”라는 보고서를 냈다. 결론은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2012~2022년 매년 최소 1건 이상의 인수를 한 기업은 연 8.5%의 주주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인수에 소극적 기업은 3.7%에 그쳤다. 2000~2010년엔 그 격차가 절반에도 못 미쳤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베인의 수잔 쿠마르는 그 이유로 △더 철저해진 실사, △단순한 규모 확대가 아니라, ‘새로운 역량·인접 시장 진출’ 중심의 M&A, △한 번에 ‘올인’하는 대형 베팅보다, 여러 개의 소규모 인수 선택 등을 꼽는다.
그러나 올해 메가 딜의 절반은 여전히 ‘규모 확장’에 베팅한 것이다. 많은 거래가, 절대 금액뿐 아니라 인수기업의 규모 대비로도 매우 크다. 중위값 기준 거래 규모는 인수기업 시가총액의 46%에 달한다. 유니온퍼시픽은 노퍽서던을 사기 위해 자기 시총의 2/3를 쓰고 있다. WB 디스커버리의 인수가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약 4배 규모다.
이런 거래일수록 실사는 더욱 더 중요하다. 특히 기술이 근본적으로 산업을 흔들고 있는 지금, 수십조 원짜리 인수를 감행하기 전에 이사회는 신중해야 한다. AI는 비용 절감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매출 증가를 도울 수도 있다. 그러니, 기존 M&A 명분(비용 절감 & 매출 상승)을 기술 변화가 자체적으로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성공 확률이 예전의 1:9(10% 성공)보다는 낫다 해도, 여전히 50:50 동전 던지기라는 것을.
권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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