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젠임플란트의 성장은 이제 시작입니다. 자체 연구개발(R&D) 역량을 길러 느리지만 탄탄하게 걸어온 만큼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임플란트 국내 1등을 넘어 세계 1등 기업이 되겠습니다.”
좀처럼 시장 상황에 변화가 생기지 않는 임플란트 업계에 ‘반란’을 일으킨 기업이 있다. 경쟁사들이 싼 가격을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때 품질을 무기로 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우직하게 나아가며 성장했다. 주인공은 메가젠임플란트. 이 회사는 지난해 처음 국내 임플란트 업계 2위로 올라선 이래 올해 상반기에도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메가젠이 올해 연간 실적에서도 2위 굳히기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기업의 수장으로 ‘강한 리더’를 떠올리기 쉽지만 10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박광범(사진) 대표에게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그는 직원의 바뀐 머리 스타일을 바로 알아보고 면접을 보러 온 학생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넨다. 환갑이 넘은 나이가 무색하게 인터뷰 내내 그의 눈빛에는 열정이 가득했다.
치과의사 박광범이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동기는 명확했다. 불만이었다. 박 대표는 “2000년까지 국내 치과 업계는 대부분 수입 임플란트를 썼는데 많은 제품이 한국인의 식습관과 구강 구조에 맞지 않고 가격만 비쌌다”며 “더 튼튼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한국인 맞춤형 임플란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2002년 창업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메가젠이 최근 급성장한 경쟁력은 ‘오리지널리티’다. 박 대표는 “과거 대다수의 한국 임플란트 회사들은 외국의 시스템을 복제해 사업화했다면 메가젠은 초반부터 R&D를 통해 제품들을 자체 개발해 기술의 확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임플란트 주변 골 융합을 향상시키는 세계 유일의 표면 처리 기술 ‘엑스피드’와 ‘나이프스레드’ 디자인, 세계 최고의 강도를 자랑하는 ‘블루 다이아몬드 임플란트’ 등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엑스피드 기술은 독일 클린임플란트 인증재단으로부터 국내 업체 중 유일하게 9년 연속 품질 신뢰성을 인정받았다.
정확한 식립을 도와주는 디지털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도 자체 개발해 임플란트 시술에 필요한 라인업을 모두 갖췄다. 메가젠은 2012년 국내 최초 디지털 임플란트 가이드 솔루션 ‘R2GATE’, 2019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 양악 수술 솔루션인 ‘페이스가이드’를 출시했다. 그 결과 임플란트 업계에서 유일하게 IR52 장영실상을 2회 수상하는 등 기술의 독창성과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박 대표는 한 회사를 이끄는 CEO면서 동시에 경력 40년 차 현역 치과의사이기도 하다. 그는 현재도 일주일에 이틀씩 대구 미르치과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한다. 이 점이 사업에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는 “환자들이 치료 과정에서 느끼는 불편함, 시술자 입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임플란트 R&D에 반영한다”며 “임플란트뿐 아니라 유닛체어(치과용 진료의자)도 개발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편한 진료 환경을 만들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제품 개발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박 대표는 “연구 프로젝트별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서 실무진과 직접 소통한다”며 “R&D 방향성을 잃지 않고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라미드가 아닌 원형 조직 구조를 추구한다”며 “대표가 어디서나 불쑥 나타나니까 임원진이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환자의 골질과 골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게 가장 빠르고 최고의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임플란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박 대표의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치과의사 출신 CEO로서 자존심은 ‘품질은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는 메가젠의 경영 철학과 연결된다. 메가젠의 반란이 의미 있는 것은 K임플란트가 ‘가성비’로 해외시장을 뚫고 있는 것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메가젠은 가격경쟁력을 내세우기보다는 품질을 앞세우는 ‘정공법’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박 대표는 “가격으로 움직이면 미래가 없다”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가격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쉽고 빠른 지름길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올곧은 생각으로 좋은 제품, 신뢰받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박 대표는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회사 설립 초반부터 미국과 유럽을 집중 공략하는 ‘무모한 도전’을 택했다. 특히 유럽은 임플란트 종주국인 만큼 진입장벽이 높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박 대표는 “종주국인 유럽에서 인정을 받아야 전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초기부터 미국과 유럽을 중심을 심포지엄을 많이 열었고 점차 현지 의사들 사이에서 ‘메가젠임플란트 써보니까 괜찮다’는 입소문이 났다”고 회상했다. 현지 영업망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그 결과 현재 메가젠은 국내에서 미국과 유럽에 임플란트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기업이 됐다. 특히 K임플란트로는 유럽 수출 1위를 12년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2억 불 수출의 탑’도 수상했다.
치과의사·CEO 외 박 대표의 또 다른 직업은 ‘유튜버’다. 2023년부터 유튜브 채널 ‘박광범의 임플란트 수술방’을 운영하면서 전 세계 치과의사들에게 40년의 임상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인기 코너는 주 1회 진행되는 ‘라이브 서저리’로, 박 대표가 집도하는 임플란트 수술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환자 나이를 고려해 어떤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게 더 나은지, 수술 도구를 왜 바꾸는지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 얼마 전 100회를 넘어섰다. 박 대표가 직접 실시간 질문을 받고 답변하면서 구독자와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구독자 1만 명을 훌쩍 넘어선 이 채널에는 “영상을 보며 많이 배우고 있다” “오랫동안 채널을 유지해달라”는 전 세계 치과의사들의 감사 댓글이 줄을 잇는다.
박 대표가 바쁜 시간을 쪼개 유튜브 촬영에 나선 것은 치과의사 교육에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유튜버로 나선 이유로 “임플란트 솔루션이 환자들에게 온전히 전달되려면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치대를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치과의사가 까다로운 수술 케이스를 만났을 때 느끼는 당황스러움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영상을 보면서 반복 학습이 가능해 언제든지 혼자서도 실습할 수 있는 유튜브의 장점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메가젠의 교육 프로그램이 유독 장기간인 것도 이러한 이유가 있다. 주요 임플란트 기업들은 정규 치대 교육 과정에서 임플란트 시술 교육이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치과의사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심해지는 경쟁에 짧게는 하루짜리 임플란트 교육 프로그램도 만연해 있지만 메가젠의 ‘메가스쿨’은 최소 6개월~2년간 장기 프로그램을 고수한다. 박 대표는 “훌륭한 치과의사는 자신의 실수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는데 하루이틀 단기 교육으로는 실수를 고쳐나가며 실력을 발전시킬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치과의사들이 가르침을 흡수하고 기술에 숙련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멘토와 최소 6개월 이상 이야기하며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러한 경영 철학의 중심에는 ‘사람에 대한 진심’이 있다. 환자와 치과의사 모두에게 더 나은 임플란트 치료 솔루션을 제공하려는 R&D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에도 이를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현재 메가젠은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때도 투자를 늘리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 대표는 “팬데믹 당시 경쟁사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감봉과 휴직을 실시했지만 메가젠은 인력 감축 없이 오히려 투자를 단행했다”며 “치과 업계가 겪는 위기를 함께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메가젠과 거래하지 않는 치과에도 방역 물품을 지원했다”고 회상했다. 그 결과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8월 국내외로부터 예상 밖의 주문이 폭주했다. 박 대표의 ‘사람 중심 경영’이 통한 결과다.
‘바른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 박 대표가 20여 년 전 메가젠을 설립할 당시 세웠던 목표다. 그는 “이 초심을 지키면서 단순히 임플란트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치의학의 방향성과 기술의 기준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며 “혁신 기술 개발을 지속하는 100년 임플란트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He is…△1961년 대구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경북대학교 치의학 석사 △경북대학교 대학원 치의학 박사 △미국 UCLA 치과대학 치주과 방문연구원 △일본 악교합학회 지도의 △대한치의학회 'MINEC' 학술상 부위원장 △저서: 나는 치과의사다(2020) △대구상공회의소 위원 △경북대 비즈니스포럼 초대회장 △주 대구 경상도 리투아니아 명예영사 △하버드대학교 치과의약대학 초빙교수 △대구미르치과병원 원장 △메가젠임플란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