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24% 달해…1년새 71%↑
4명 중 1명 연체·가계재정 한계
무분별한 이용 부채 위기 초래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BNPL) 방식의 단기 할부 서비스가 생필품 영역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거엔 TV나 항공권 같은 고가 소비에 쓰이던 이 결제 방식이 이제는 장보기, 공과금, 음식 배달비까지 활용되는 추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조지아주에 거주하는 주부 티아호지의 사례를 보도했다. 그는 지난 4월 초 지역 식료품점에서 400달러 가까이 장을 본 뒤, BNPL 업체인 ‘클라나’를 통해 4회 무이자 할부로 결제했다. 호지는 “식비가 너무 올라 한 번에 내기 벅찰 때가 많다”며 “다달이 예산을 짜야 하는 가정엔 분할 결제가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렌딩트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BNPL 서비스를 이용해 식료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전체의 24%로, 1년 전(14%)보다 71%나 증가했다. 전기·가스·인터넷 같은 공과금이나 스트리밍 서비스 요금도 BNPL로 납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엇갈린 평가를 낳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신용카드보다 금리 부담이 없고 소액 결제가 가능해 유용하다고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생필품까지 할부로 결제하는 건 가계 재정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렌딩트리는 BNPL 이용자의 4명 중 1명은 지난해 최소 한 차례 이상 연체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식료품 가격은 2020년 이후 28% 가까이 올랐다. 농무부는 연 소득 5만 달러 미만의 저소득 가정은 세후 소득의 30% 이상을 식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식료품을 사기도 벅찬 저소득층이 BNPL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BNPL 대표 업체인 클라나·어펌·애프터페이 등은 이런 경향을 타고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 중이지만, 연체율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지난해 BNPL 업체들을 신용카드 업계와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으나, 올해 들어 규제 우선순위에서 BNPL 업체들을 제외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BNPL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무이자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이용할 경우 또 다른 부채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원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