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세르비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현장에서 진압대가 시위대를 향해 군용 음파 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6일(현지 시각) AP 통신에 따르면 세르비아 야당 관계자들과 인권 단체들이 주말 동안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집회에서 음향 대포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날 집회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면 집회 도중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고 시위대는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며 흩어졌다.
군사 분석가 알렉산다르 라디치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소리가 음파 무기로 알려진 장거리 음향 장치(Long Range Acoustic Device; LRAD)로 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LRAD는 비살상용이지만 귀청이 찢어질 듯한 초강력 소음을 유발해 적대적인 군중이나 위협세력을 해산시키는 용도로 사용한다. 또한 장시간 노출되면 청각기관이 손상되거나 영원히 청력을 상실할 수 있다.
이날 집회에는 내무부 추산 1만 7000명, 민간 단체 추산 27만 5000~32만 5000명이 운집했다. 정확한 규모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이번 시위가 발칸반도 사상 최대 규모 집회는 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는 지난해 11월 세르비아 북부 기차역 콘크리트 캐노피 붕괴 사고로 15명이 사망한 사고에서 촉발했다. 정부에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시작된 시위지만 10년 간 이어온 알렉산드르 부치치 대통령의 부정 부패에 반대하는 의미로 확산됐다.
시위는 추모의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에 촛불을 켠 채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군용 무기가 등장하면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됐다는 것이 비정부기구 베오그라드 보안정책센터의 지적이다.
센터는 “이 행위는 합법적인 시위와 평화로운 시민을 범죄화하기 위한 노골적인 무력 과시이자 혼란을 조장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무기 사용은 세르비아 경찰법에 따라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여당 측은 군용 음파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무기고에 해당 무기가 있다는 반대파 주장에는 부인하지 않았다.
부치치 대통령은 국영 RTS 방송을 통해 “사법 당국에 '시위 중 음향 대포가 사용됐다'는 정보에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음향 무기를 사용한 이들에 대한 기소) 절차를 진행해보고, 아니라면 악명 높은 거짓말을 한 사람들을 기소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