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지향에 대한 탐구로 지속 가능 소통구조 마련

2024-10-21

지난 10일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가 선정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출판계·서점가·공공도서관 등 관련 업계는 연일 밀려드는 주문과 문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작가 한 사람의 영광이 아닌 한국문학에 대한 평가이기도 할 것이다. 근자에 들어서 스포츠 분야에서는 물론 음악, 영화 등 세계무대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생산해 내고 있는 가운데 문학 분야까지 합류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웅비하는 자긍심을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에 대해 잔인한 현실을 직시하고 한국의 비극을 인류의 경험으로 승화시킨 점과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강인한 표현을 담고 있다는 점에 대해 높게 평했다. 사이토 마리코는 최대위기에도 인간 존엄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찬평했다. 이렇듯 한강 작가는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인간에 가해진 폭력에 천착하며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유진오닐의 말을 인용하며 문학은 인간과 인간의 대화가 아닌 인간과 신의 대화여야 한다며 자신의 문학관을 피력하고 있다.

우리는 한강 작가의 문학관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가치지향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나아가 발을 딛고 사는 현실 세계에 대한 관심은 또 하나의 상수로서 작용한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라는 점도 말이다.

우리가 행하는 모든 행위는 지구의 지배종인 인류를 위해 존재함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와 당대의 사회문화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지향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창작 작업을 하는 분야에서의 작품 활동은 겉으로 드러나는 스토리를 추상화시키고 그 패턴을 찾아 연결시키면서 하나의 통섭적 사고를 통해 수행하는 방법이 지배적이다. 이는 동일한 생각일지라도 각 개별자가 가진 역량에 따라, 또는 관심분야에 따라 문학, 건축, 미술, 무용, 음악 등으로 표현되며 각 분야에서 그들이 가진 메커니즘을 통해 구현된다. 즉 자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자신이 가진 경험치나 능력치를 통해 표현하는 것뿐이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구축하고자 하는 세계관에 대한 깊은 고민은 개별자의 능력과 경험보다는 인류에 대한 인문학적 접근이 전제되었을 때 훨씬 가치롭게 구현될 것이다. 우리는 시대와 인류의 마음을 캐내야 비로소 대중과 소통할 수 있고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 소설가는 글로, 가수는 노래로, 화가는 그림으로, 배우는 몸짓과 표정으로, 연주가는 악기로 대중들과 소통하며 자신의 세계관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각각의 표현법은 달라도 인류 보편적 삶과 가치지향은 어쩌면 같은 곳을 향해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분야든 유행과 트랜드만을 쫓다 보면 대중의 찰라적 요구와 관심은 충족될지라도 이는 지속 가능한 가치지향을 추구하는 행위와는 거리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실험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며 많은 에너지를 쏟아 도전을 지속할 필요성도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방향이 본질적으로 자기복제는 아닌지, 어떠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지속적으로 나가야 할 방향인지에 대한 자기검열과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우리는 계속해서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를 상승시키는 작업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복순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벨문학상 #연주가 #가치와 의미

기고 gigo@jjan.kr

다른기사보기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