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오면 커피 숨긴다"…브라질 커피값 폭등·룰라 지지율↓

2025-02-24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지지율이 식품 가격 급등으로 하락하고 있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선 지난해 1년간 40% 넘게 치솟은 커피 값이 고물가를 향한 국민들의 불만의 상징이 됐다.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최근 동영상 소셜 미디어 틱톡에서 손님의 방문에 커피 포트를 숨기는 브라질 남성의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손님이 오면 커피를 대접하는 브라질에서 이를 꺼릴 정도로 커피가 비싸졌다는 것을 풍자하는 영상이다. 브라질은 2024년 기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커피 소비국이다. 브라질인들은 1인당 연간 평균 1430잔의 커피를 마신다.

브라질 커피 산업협회(ABIC)의 보고서를 보면 브라질의 커피 생산은 2021년 서리, 2023년 엘니뇨로 인한 가뭄, 2024년 라니냐로 인한 장기 강우 등 기후 이슈가 잇따라 터지면서 흉작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생두 가격은 지난 4년 간 224% 상승했고, 소매 커피 가격 역시 110% 뛰었다. 지난해 로스팅 원두와 분쇄 커피의 소비자 가격 변동률은 37.4%를 기록했는데, 이는 기본(필수) 식료품군 평균 상승률(2.7%)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ABIC는 올 4~5월 커피 수확이 다시 시작될 때까지 당분간은 커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확기가 온다고 당장 가격이 내려가기보다는 안정기를 거쳐 내년 수확 때가 돼야 가격 하락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커피 가격이 뛰면서 브라질 국민들의 일상도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1~10월 브라질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전년 대비 2.2% 줄었다. 마트에서 커피 가격표를 본 소비자들도 “기본 생활용품이 이렇게 비싸면 안 된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내년 재선을 노리는 룰라 대통령의 계획에 지장을 주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퀘스트의 조사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이 2023년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이 비지지율을 밑돌았다. 퀘스트는 “식품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고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소득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느낀다”며 “이 문제가 더욱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브라질에선 기본 식료품군 가격이 14.2% 상승했고, 소고기 가격은 2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체 식음료 물가상승률은 7.7%를 기록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데이터폴랴가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는 룰라 정부의 지지율이 그의 세 번의 임기 중 가장 낮은 24%를 기록했다. 특히 저소득층 등 주요 유권자 그룹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학자들은 생활비 상승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하며 룰라 대통령이 바이든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고령의 지도자라는 점도 지적했다.

룰라 정부는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저소득층 소득세 면제와 취약계층 대상 취사용 가스 및 의약품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70세 은퇴자인 아딜손은 “최저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마시는 커피도 최근 값싼 것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