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 선우웅상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귀이개 등 세균·곰팡이에 쉽게 노출
외이도 손상 유발해 질환 생기기도

귀는 섬세하고 민감한 기관으로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관리법이다. 많은 사람이 귀지를 제거하거나 귓속 물기를 제거할 목적으로 귀를 후빈다. 하지만 귀지는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세균과 먼지의 침입을 막고 외이도 피부를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을 한다. 귀지는 약산성(pH 약 6.1) 환경을 형성하고 항균 물질을 함유해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한다. 또 대부분 자연적으로 귀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억지로 제거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면봉이나 귀이개 사용을 반복하는 습관은 오히려 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귀이개나 면봉은 위생 관리가 어렵다. 특히 화장실·욕실과 같은 습한 환경에서 보관하면 세균이나 곰팡이에 오염되기 쉽다. 오염된 손으로 면봉을 만지기도 한다. 이런 기구를 다시 귀에 넣으면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곰팡이균 등이 외이도로 직접 침투해 외이도염이나 곰팡이성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성인의 외이도는 약 2.5㎝ 길이의 S자형 관으로, 평균 직경은 7㎜ 정도다. 특히 외이도 입구에서 안쪽 약 2㎝ 지점에 가로 직경이 5~6㎜ 정도로 가장 좁아지는 협부가 있어 고막을 보호한다. 귀지샘은 귓구멍 가까운 쪽의 외이도에서만 발견되며, 고막에 가까운 골부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면봉을 쓰면 귀지가 제거되기보다 안쪽으로 밀어 넣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오랜 기간에 걸쳐 고막 부근부터 귀지가 쌓여 딱딱하게 뭉치는 ‘이구전색(earwax impaction)’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땐 귀가 먹먹하고 청력이 저하되거나 이명이 생길 수 있다. 이구전색이 생겼다면 반드시 전문의에게 진료받고 현미경과 특수 기구를 사용해 안전하게 제거해야 한다.
금속이나 플라스틱 재질의 귀이개는 날카로워 외이도 피부를 쉽게 손상시킨다. 작은 상처도 염증의 통로가 돼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이 고막은 0.1㎜ 이하로 얇아 아주 작은 압력에도 손상된다. 귀이개를 깊숙이 넣으면 출혈, 고막 천공, 심하면 중이염으로까지 진행될 수 있다.
진료 현장에서는 “귀이개를 살살 사용했는데도 귀가 손상됐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귀가 매우 민감해 작은 자극에도 외이도의 방어기전이 쉽게 손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귀지는 기본적으로 탈락한 피부 세포와 지질(脂質·각질층 구성 성분)로 이뤄진 생물학적 방어 기능을 수행하는 물질이다. 자연스럽게 배출되므로 특별한 불편이 없다면 제거할 필요가 없다. 만약 귀 먹먹함이나 청력 저하, 통증이 생겼다면 자가 처치를 하기보다 의료기관을 찾아 전문적인 귀 검진과 치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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