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우리나라 장애인방송의 질이 떨어지고 공공성이 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18일 한국농아인협회(회장 채태기, 이하 '한농협}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시청자미디어재단(이하 재단)은 불신이 팽배한 장애인방송의 공공성 시늉을 당장 멈춰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농협은 성명서에서 장애인방송의 품질 개선으로 공공성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면서 농인 시청자들이 오히려 수어방송이 없는 채널을 찾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농협은 이날 성명에서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방송 관련 법률 및 제도의 개선에도 농인의 시청권을 고려하지 않고, 저품질 수어·자막 방송으로 농인 시청자를 기만하는 방통위와 재단의 행태에 분노한다"며 "한농협은 지난 수년간 장애인방송의 문제점에 대해 수차례 개선책을 제시했지만, 방통위와 재단의 개선 의지가 전혀 없어 현재까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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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농협은 "방통위와 재단은 정보 습득에 취약하고 제약이 있는 농인 시청자의 요구는 수수방관한 채 개선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정책적으로 양적 성장을 견인해 왔지만 농인들이 체감하기에는 너무나 미미하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한농협은 "(장애인방송)프로그램들은 시간대가 제한되고, 농인들이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수어 방송과 자막 누락 및 딜레이타임으로 인한 자막 방송의 문제, 프로그램 다양성 부족 등 접근과 이용에 여러 제약을 받고 있다"며 "특히 한국수어와 자막 방송의 질적인 문제는 농인들이 방송을 외면하고 불신하는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방통위와 재단은 실추된 장애인방송의 품질 개선으로 본연의 역할에 맞는 위상을 회복해 방송의 가치인 공공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농협은 각 방송국의 수어 통역사 채용 절차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했다. 한농협은 "방송사의 수어통역사 채용 상당수가 개인 인맥에 의존하여 이루지고 있다. 그 결과 자질이 부족한 수준 미달의 수어통역으로 농인 시청자들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악순환되고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인들이 수어방송이 없는 채널이나 프로그램을 찾아 시청한다는 어이없는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한농협은 "자막방송에도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실시간 송출 과정에서 일부 자막이 생략되거나 오·탈자가 발생해 의미가 다르게 전달되고, 딜레이타임으로 인해 말하는 사람과 자막이 불일치 하는 화면이 송출되는 경우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농협은 모두 다섯가지의 요구를 했다. 한농협은 △방송 전문 수어통역사 자격제도 도입, △농인과 당사자 단체의 참여가 보장된 협의체 구성 및 운영체계 마련, △농인과 수어전문가 중심의 방송통역 모니터링단 구성 및 운영 방안 마련, △자막방송 프로그램의 딜레이타임 축소 및 자막 품질 향상 방안 마련, △장애인방송의 품질 개선을 위한 질적 평가 도입을 요구했다.